제937화

그녀는 기쁜 마음으로 선물을 들고 떠났다. 성주리는 소혜주 곁으로 돌아와 나지막이 말했다. “어르신, 오늘 경전을 읽으러 가실 건가요?” 소혜주는 커튼을 젖히고 침대에서 내려왔다. “안 갈 거야. 오늘은 하루 쉬자.” 그녀는 옷을 갖춰 입고 옆에 있는 작은 방으로 들어갔다. 작은 방 안에는 초상화 한 장이 있었고 그림 앞에는 많은 좋은 술과 과일이 놓여 있었다. 방 전체에는 백단향과 과일 향이 은은히 풍겼다. 소혜주는 몸이 좋지 않아 몇 걸음만 걸어도 숨을 헐떡였지만 옆에서 향 세 개를 꺼내 불을 붙이고는 화로에 꽂았다. 성주리는 눈을 내리깔고 그녀를 부축하며 말했다. “어르신은 아가씨를 만날 때마다 이곳에 오시는군요.” 소혜주의 가슴은 빠르게 뛰었다. “죽을 때 딸을 찾아주겠다고 약속했는데 이렇게 여러 해가 지났는데도 실마리가 하나도 없어. 너무 닮은 아린이를 보면 정신이 아찔해. 쿨럭, 그때 내가 늦게 가는 바람에... 살아있을 수도 있었을 텐데.” “어르신, 그동안 충분히 많이 하셨어요.” 소혜주는 초상화를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나도 한 것이 없어. 그때 내가 품에 안았을 때 정말 조그마한 덩어리였는데... 걔는 나에게 자유를 주고 우리 세대가 정한 규칙을 미리 끝내주었지. 다시 만날 줄 알았는데 결국 생사를 갈라놓고 말았어.” 그녀는 가슴이 아파 심장 부위를 감쌌다. 성주리는 황급히 다가가 그녀를 부축하며 위로했다. “어르신께 잘한 건 사실이지만 어르신도 있는 힘껏 갚아주셨어요.” 소혜주는 이마에 손을 얹었다. 매번 이러한 지난 일들을 떠올릴 때마다 가슴이 무언가에 찢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린이가 걔랑 아무리 닮았다고 해도 결국 그 딸은 아니잖아. 그 딸이 어딘가에서 고통받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이곳이 몹시 아파. 내 몸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지난 여러 해 동안 나는 그렇게 많은 귀한 물건들을 모아 그 딸과 재회하는 날만 손꼽아 기다렸는데... 운명의 장난인가 봐. 쿨럭.” “어르신, 생각하지 마세요. 너무 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