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55장

소찬우는 고개를 들고 어두컴컴한 하늘을 바라보며 갑자기 웃었다. “그해 형이 데리고 나왔을 때 소민준이 그래도 몇 년은 따랐잖아.” 소건우는 무릎 위의 자료를 내려놓고 뒤로 기대며 무심한 말투로 말했다. “처음부터 선택권을 줬었어.” 말을 마치고 난 그는 소찬우의 파란 머리카락과 귀에 걸린 귀걸이를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돌아가면 네 그 요란한 것들 전부 치워버려.” 이번에 솔라리스에 돌아온 소찬우는 가장 먼저 파란 머리로 염색하고 귀걸이까지 했다. 예전에도 그는 방탕하고 거침없는 도련님 이미지였지만 이토록 요란한 치장은 절대 아니었다. “형, 형은 몰라. 요즘 젊은이들은 이런 걸 좋아해.” 그는 웃으며 말을 마치더니 고개를 숙여 라이터를 계속 만졌다. 둘러싸인 유치원 안에서 한참 동안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소건우는 조금 짜증이나 사람을 들여보내 확인하라고 했다. 하지만 들어가 보니 그곳에는 이미 그들의 흔적이 어디에도 없었다. 소찬우는 옆의 하수구 덮개를 보며 눈썹을 치켜올렸다. 밖으로 나와 차에 오른 그는 소건우에게 말했다. “하수구로 도망쳤어. 아마 강씨 가문으로 돌아갔을 거야.” 소건우는 얼굴이 차갑게 굳은 채 소찬우가 조용히 묻는 소리를 들었다. “형, 이진아가 그 사람이야?” 차 안의 온도가 순식간에 낮아졌다. 앞자리의 운전기사는 이런 분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차에서 내렸다. 차 안 전체에 한기가 퍼지는 듯했고, 심지어 폭력적인 기운까지 느껴졌다. 소건우는 무심하게 소매를 쓰다듬었다. “누구?” 소찬우는 가볍게 웃었다. “형은 어릴 때부터 소씨 가문의 모든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잖아. 소씨 가문이 형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나도 알지만 형은 이제 나한테도 사실대로 말하지 않는 것 같아. 민준이에게도 독하게 대할 수 있고. 그렇다면 언젠가는 나에게도 손을 대는 거 아냐?” 소건우는 손을 들어 소찬우의 뺨을 때렸다. 소찬우는 뺨을 맞고 고개가 돌아갔다. 하얀 얼굴에는 다섯 개의 선명한 손자국이 찍힌 채 입가에는 피가 묻어 있었다. 그때 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