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성시연은 온몸이 뻣뻣하게 굳고 코끝이 시큰거렸다. 설사 영원히 어떠한 명분이 없을지라도 그럴듯한 이유가 하나라도 있다면 성시연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망설임 없이 강찬우를 따라갔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를 따라갈 이유라곤 한 개도 없다.
성시연은 깊게 심호흡한 뒤 강찬우를 바라보며 웃었다.
“아니요.”
성시연의 대답에 강찬우는 눈썹을 찌푸린 채 그녀를 몇 초간 쳐다보더니 이내 뒤돌아 자리를 떠났다.
강찬우가 등을 보이는 순간, 성시연은 그를 뒤쫓아가고 싶다는 충동이 들끓었지만 필사적으로 참아냈다. 어느새 눈에 가득 고인 눈물이 시야를 흐릿하게 만들었다.
강찬우가 탄 차가 멀어지고 나서야 성시연은 용기를 내어 마당 입구까지 뒤쫓아 나갔고 곧이어 짙은 상실감이 심장에서부터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성시연은 몇 년 동안 자신을 혐오했던 강찬우가 왜 갑자기 함께 가지 않겠냐고 물어온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왜 이런 질문을 해서 자신에게 환상과 희망을 남겨주는 것인지 몰랐다. 성시연은 또다시 영원히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될까 두려워 한 발자국도 더 나아갈 수 없었다.
병원에 출근한 뒤에도 성시연은 넋을 잃은 상태였다. 그녀는 머릿속에 강찬우가 함께 가지 않겠냐고 물어오던 장면이 자꾸 떠올라 마음이 어지러웠다.
이때 갑자기 문 앞을 기웃거리는 사람의 그림자가 언뜻 보여 성시연은 입을 열었다.
“진찰받으러 오셨어요?”
문 앞을 기웃거리던 사람은 주눅 든 목소리로 작게 대답했을 뿐 안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성시연은 어쩔 수 없이 다시 말을 건넸다.
“진찰받으러 오신 거면 들어오세요.”
남자는 겁을 먹은 듯이 머뭇거리는 발걸음으로 진료실에 들어왔고 그에 따라 땀 냄새와 남자의 체취가 뒤섞인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악취가 맡아졌다.
성시연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찡그리며 조용히 마스크를 썼다. 그러자 남자는 자신의 몸에서 악취가 나는 것을 알고 있는 듯 비굴한 모습으로 뒷걸음질 쳤다.
한편 성시연은 잠시간 눈앞의 남자를 살펴보았다.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