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화
식어버린 온기에 공기 중에도 얼음이 굳는 것 같았다.
잇새로 비릿한 피 맛이 퍼지고 나서야 하도 깨물어 아랫입술이 찢어졌다는 걸 깨달았다.
이번 만남을 위해 열두 달 동안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시내 구석구석을 샅샅이 뒤지며 공부를 완전히 포기했던 허찬우였다. 한때 우등생인 그가 이대로 망가지는 걸 두고 볼 수 없었던 학장이 결국 성하진의 행방을 알려주었다.
정보를 받은 허찬우는 곧바로 비행기 티켓을 끊고 이곳으로 왔다.
물 한 모금 마실 겨를도 없이 꿈에서도 놓지 못하던 상대를 만나기 위해 조급하게 달려왔다.
하지만 성하진을 다시 만난 후 그는 잔인한 진실을 발견했다.
성하진은 더 이상 그의 기억 속 언제까지나 참아주고 다정하게 대하는 소꿉친구가 아니었다.
그는 상대방의 차갑고 검은 눈동자에서 애정의 흔적을 조금이라도 찾으려고 최선을 다했다.
그들은 마치 산과 달처럼 영원히 변치 않는 거리에 떨어져 있어 서로 바라만 볼 뿐 닿지 못했다.
이렇듯 낯설게 대하는 것보다 차라리 성하진이 그를 미워하고 욕하기를 바랐다.
한편, 돌아온 성하진은 아무리 애를 써도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허찬우에 대한 감정은 진작 사라졌다.
하지만 그가 다시 눈앞에 나타나고 절망 섞인 외침을 들으니 아무리 매정하게 행동해도 기계처럼 내내 차분한 마음을 유지할 수는 없었다.
어렸을 때 엄마를 잃은 후 그녀의 손을 잡고 어둡고 차가운 세상 밖으로 이끌어준 사람이 허찬우였다.
허찬우는 한때 그녀의 인생에서 가장 따뜻한 빛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또한 그녀에게 가장 깊은 상처를 준 칼이기도 했다.
그 모든 걸 내려놓기가 어디 쉽나.
연구실의 형광등은 대낮처럼 밝았고 비커 안의 끓는 액체에 성하진의 앙다문 입술이 비쳤다.
유리 비커가 갑자기 터지며 파편이 이리저리 튀었다. 한때 암흑 속에서 그녀를 꺼내준 그 소년이 지금 이 순간 날카로운 칼로 아물어가는 딱지를 마구 후벼팠다.
다음 날, 경비원은 허찬우가 여전히 문 앞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으며 그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은 채 아무리 설득해도 떠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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