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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성하진의 공허한 눈빛을 마주한 허찬우는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하지만 그는 강민영도 병원에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이를 악물고 단호하게 돌아섰다. 주지혁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그는 오랫동안 선배인 성하진을 남몰래 좋아했다. 하지만 성하진에게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낸 남자 친구가 있고 둘 사이가 무척 좋다는 얘기를 듣고 난 뒤로 자신의 마음을 감추고 있었다. 한때는 얼굴도 모르는 그 남자를 질투하기도 했는데 성하진에게 가장 돌봐줄 사람이 필요한 시기에 그 남자가 다른 여자 곁으로 갈 줄이야. 성하진의 상처는 여전히 피가 멈추지 않고 흘렀다. 하지만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듯 그녀의 눈은 빛을 잃었고 주지혁은 안타까운 마음에 입술마저 떨렸다. 허찬우가 성하진에게 얼마나 깊은 상처를 입혔기에 늘 명랑하던 선배가 이런 모습으로 변했는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선배, 내가 상처 치료할 거즈 가져올게.” 상처를 치료한 후 성하진은 퇴원 절차를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떠나기 전 주지혁은 성하진을 살며시 끌어당겼다. 성씨 가문에는 그녀의 자리가 없다는 걸 알기에 그녀만 괜찮다면 이곳에서 더 머물러도 된다고 했다. 그가 기꺼이 돌봐줄 수 있으니까. 하지만 성하진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주지혁을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다. 혼자 상처받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 성씨 가문으로 돌아가자 성종구가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민영이 위세척 끝나고 돌봐줄 사람이 필요하니까 우린 오늘 밤에 못 가.] [주방에 음식 남았으니까 알아서 챙겨 먹어.] 식탁에는 지저분하게 남은 채소와 기름진 고기, 식은 지 오래된 국물이 있었다. 그녀를 위해 남겨둔 게 아니라 강민영이 먹다 남은 음식이었다. 이미 익숙해진 상황이라 성하진은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강민영이 처음 성씨 가문에 왔을 때부터 성종구는 후원하는 그녀를 무척 아꼈다. 산골에서 자라 어릴 때부터 영양 섭취가 부족하다며 좋은 음식은 강민영에게 먼저 주어졌다. 성하진은 강민영보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어른스럽게 행동해야 했고 기꺼이 모든 걸 다 양보해야 했다. 애초에 남과 다투기 좋아하는 성격이 아니었기에 그녀는 강민영이 자신의 모든 것을 빼앗아 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심지어 그녀가 쓰던 방마저 이젠 강민영이 차지하고 그녀는 바람이 새는 다락방에서 딱딱한 판자 침대에 누워 잠을 잘 수밖에 없었다. 아마도 성종구의 눈에 강민영은 말도 살갑게 하고 싹싹하게 굴어 꿈에 그리던 딸의 모습이었을 거다. 그 순간 문이 열리고 동생 성우진이 가방을 든 채 들어왔다. 성하진이 있는 걸 본 그는 멈칫하다가 재수 없는 것을 보기라도 한 듯 인상을 구겼다. “민영 누나 세면도구 챙기러 왔어. 그리고 찬우 형이 이제 그만 좋게 끝내자고 전하래. 민영 누나 우울증이 재발해서 지금 형이 곁을 떠날 수가 없어. 이건 전에 누나가 준 건데 형이 돌려주라고 했어.” 그는 녹음기를 꺼내 성하진에게 건넸다. 성하진이 허찬우에게 처음 준 선물이었다. 어렸을 땐 돈이 없어서 비싼 물건은 살 엄두도 못 냈다. 그녀는 반년치 용돈을 모아 이 녹음기를 샀고 허찬우가 즐겨 듣던 수많은 노래를 녹음했다. 당시 허찬우가 이 선물을 평생 소중히 간직하겠다고 눈물을 흘리며 그녀를 안아주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했다. 그런데 이제 그는 처음의 약속을 잊었을 뿐만 아니라 직접 전하는 게 아닌 다른 사람을 통해 선물을 돌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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