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언젠가 죽기 마련이지만 태자 어른이 이 사실을 받아들일 자신이 없어 손자 녀석들을 데리고 오지 않았던 것이었다.
“어르신이 돌아오고 나서 벗들도 만나도 아들도 봤으니 더는 아쉬움이 없을 거야.”
안풍 왕비는 앞으로 다가가 원경릉의 손을 잡으며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애들한테 전달해줘. 너희들이 태자 어르신을 모시고 와서 너무 고맙게 생각한다고. 절대 여기 모셔왔다고 해서 돌아가신 게 아니야.”
솔직히 원경릉이 오면서 이 문제를 걱정하고 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머리가 똑똑하지만 아직 어리고 생각이 짧아서 죄책감을 느낄까 봐 걱정되었다.
그때 남평왕이 눈시울을 붉힌 채로 다가와 원경릉에게 진심을 전했다.
“엊저녁 아버지와 얘기를 나누었는데 여러 번이나 당부했었어. 녀석들이 고향으로 데리고 와줘서 너무 감다하다면서, 죽기 전에 북당을 한 번 더 본 것만으로도 생을 잘 마감할 수 있다고 하셨어.”
원경릉은 결국 참지 못하고 눈물을 왈칵 쏟고 말았다.
비록 태자 어른에게 각별한 정은 없지만 고향을 그리는 순수한 마음만으로도 깊은 공감이 갔었다.
이제부터 장례식을 치르기 시작했다.
워낙 갑작스럽게 발생한 일이라 미처 관도 준비하지 못했는데 무상황이 자신의 수관을 사용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눈물을 뚝뚝 흘리던 원경릉이 고개를 홱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마침 눈이 마주친 무상황이 덤덤하게 물었다.
“무슨 문제라도 있어? 내 수관은 몇 해전에 준비했어. 그런데 지금까지 멀쩡하게 살 줄은 누가 알았겠냐고. 괜히 관만 먼지 쌓이게 됐어.”
“태상황의 수관은 제왕 것과 같게 만들었습니다.”
소요공이 한마디 끼어들었다.
“만약 그때 그런 일이 없었다면 태자가 북당의 제왕 자리에 앉았어.”
태상황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때 일은 원경릉도 알고 있었다.
태자 어른의 일가는 유친왕에게 참살당하고 온 가문에 우문극과 태자 어른만 살아남았었다.
그 당시 심한 부상을 입고 두 다리까지 다쳐서 결국은 현대로 옮겨서 치료를 받게 되었다.
그 바람에 제왕의 자리와는 인연이 없게 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