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화

유재민은 굳어버린 채 서나연이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봤다. ‘방금 나를 때린 건가?’ 서나연, 언제나 자기 앞에서는 조심스럽게 숨을 죽이고 말과 행동 하나하나를 살폈던 여자가 이제는 온몸의 힘을 다해 자기 뺨을 때렸다. 그는 아직도 그녀의 눈빛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분노가 아닌 철저히 짓밟힌 뒤, 엄청난 수치심과 절망이 뒤섞인 눈빛. 그리고 돌아서는 순간, 금세 붉게 물든 눈. 왜일까? 유재민이 원했던 것은 단지 서나연을 진정시키는 것뿐이었다. 무대 위에서 그녀가 통제 불능으로 폭주하는 것을 막기 위한 가장 빠르고 직접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 키스, 유재민은 단지 그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나연이가 원하던 게 이게 아닌가?’ 늘 유재민에게 가까이 다가와 어떻게든 스킨십을 하고 싶어 했기에 오늘 그는 바라던 대로 해줬다. 그런데 왜 오히려 서나연이 더 화를 내는 건지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선배님?” 이내 채유진의 낮은 목소리가 문 앞에서 들려오자 유재민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괜찮아요? 나연 언니가...” 유재민은 자기 감정을 억누르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괜찮아. 넌 계속 보고해.” 그는 다시 자리로 돌아가 억지로 채유진의 발표에 집중하려 애썼지만 분노로 가득 찬 서나연의 눈빛은 어김없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보고회가 끝난 뒤, 채유진이 다가와 무언가를 말하려 했지만 유재민이 제지했다. “나 혼자 있고 싶어.” 사무실로 돌아와 문을 닫고 밀린 서류를 처리하려 했지만 효율은 놀라울 정도로 떨어졌다. 심지어 화면 위에 있는 빽빽한 글자들은 서나연의 창백한 얼굴로 보이기 시작했다. “넌 나를 뭐라고 생각해? 너 정말 역겹다.” 그녀가 던진 질문과 분노의 말이 끊임없이 귓가에서 울렸다. 결국, 유재민은 핸드폰을 꺼내 서나연의 번호를 눌렀다. “연결이 되지 않아 음성 사서함으로...” 하지만 차가운 시스템 안내음만 흘러나왔다. ‘뭐지?’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다시 한번 전화를 걸었지만 역시 꺼져 있었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불안감이 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