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화

그는 투정을 부리는 것 같았지만 오히려 애교에 가까워 싫지 않았다. 오 아주머니한테는 그게 딱 먹힌 듯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쪽은 본사에서 새로 파견된 서 연구원, 서나연 씨예요.” 그녀가 서나연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소개했다. “서나연 씨, 이분이 제가 아까 말한 부산에서 온 문도준 씨예요.” 문도준은 바로 한 발 앞으로 나와 자연스럽게 손을 내밀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문도준이라고 합니다. 본사에서 데이터 분석을 강화하려고 전문가가 한 명 온다는 얘기 들었는데 이렇게 젊고 유능한 분일 줄은 몰랐네요. 환영합니다!” 그의 손바닥은 따뜻하고 건조했고 힘도 적당했다. 문도준이 서나연의 차가운 손끝을 감싸 쥐는 순간 생기가 느껴졌다. 서나연은 이런 과한 친근함이 익숙하지 않아 가볍게 악수를 한 다음 바로 손을 빼려 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서나연이라고 해요.” “오, 이름도 너무 예쁘네요!” 문도준은 막힘없이 대화를 주도했다. “이거 참 신기하지 않아요? 저희 둘 다 어떻게 보면 외지인이잖아요. 여기 처음 오면 좀 황량하게 느껴지긴 하지만 오래 있다 보면 생각보다 괜찮아요. 하늘도 넓고 사람도 단순해서 얽히고설킨 게 없거든요.” 북서 지역의 기후 이야기에서 시작해 로컬 음식 얘기로 옮겨가더니 또 어느 관측소의 소소한 에피소드로 이어졌다. 굳이 서나연이 반응하지 않아도 혼자서 한 판 이야기를 꾸밀 수 있는 사람이었다. “아 맞다, 주변이 낯설면 뭐든 물어보세요. 맛있다고 소문 난 음식점이든, 재밌는 곳이든, 다 괜찮아요. 저는 그래도 여기 한 달 넘게 있어서 웬만한 건 다 알아요.” 서나연은 가볍게 고개만 끄덕였다. 그는 유재민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다. 유재민은 해마다 녹지 않는 얼음과 눈 같은 사람이다. 차갑고 절제되어 있고 늘 어느 정도 거리감까지 두는 사람. 반면 지금 눈앞의 남자는 마치 한낮의 사막 햇빛 같았다. 뜨겁고 직선적이며 다듬어지지 않은 솔직함이 있는 사람. “부산에서 왔어요?” 드물게 생긴 대화의 틈에 서나연이 낮게 물었다. 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