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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화

그는 쇼윈도를 가리켰다. 조명 아래 쇼윈도 안에서 검은 백조 같은 드레스가 반짝이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드레스 전체에 다이아몬드 조각들이 빼곡하게 박혀 있었다. “티어 오브 파리” 샤넬에서 전 세계 단 한 벌만 제작한 고급 맞춤 의상으로 그 가치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다. 점장이 다가와 상냥하게 물었다. “꼬마야, 부모님은 어디 가시고 혼자 온 거야?” 서이안은 커다란 눈망울을 반짝이며 순진하게 대답했다. “아줌마 만나러 왔는데요!” 그는 윤소율에게 달려가 품에 와락 안기며 동시에 강현준을 인정사정없이 밀어냈다. ‘더러운 자식, 함부로 아줌마 만지지 마.’ 윤소율은 어쩔 수 없이 그를 안아 들고 그의 볼에 가볍게 입을 맞추며 물었다. “어떻게 혼자 왔어?” “아줌마랑 놀러 왔어요.” 서이안은 해맑게 웃으며 물었다. “아줌마, 저 드레스 마음에 들어요?” 윤소율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응, 마음에 들어.” 점장은 내쫓으려고 했지만 차마 그럴 수 없었다. 이 아이가 입고 있는 옷들을 힐끗 보기만 해도 전부 명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유람선에 승선할 정도의 아이라면 평범한 아이일 리 없었다. 으레 집안 배경이 쟁쟁한 재벌가의 도련님이 아니면 귀한 집 자제일 터였다. 게다가 서이안은 정말이지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그 앙증맞은 얼굴을 보면 누구라도 차갑게 대할 수 없었다. 그래서 점장은 반은 농담, 반은 진심으로 말했다. “꼬마야, 이 옷 엄청 비싼 거야! 장난감 살 돈으로는 택도 없을걸!” 서이안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어린아이 특유의 천진난만한 목소리로 물었다. “정말요? 이 옷 얼마예요?” 점장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무튼, 네가... 살 수 있는 물건은 아닐 거야!” “아줌마가 좋아하면 사줄 거예요.” 서이안은 검은색 지갑을 꺼내며 말했다. “돈 가져왔어요!” 모든 사람들이 굳어 버렸다. 윤소율은 검은색 지갑을 바라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이 녀석, 설마 서현우 지갑을 훔쳐 온 건 아니겠지!' 서이안은 혼잣말을 하면서 지갑을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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