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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화

안희연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곧 비웃듯이 웃었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가만히 있다가 인제 와서 문제 삼는 게 고현준 때문이었다는 거네요?” 안희연은 얼굴에 대놓고 경멸을 드러냈다. 안영해는 방금 명주 엄마가 던진 충격적인 말을 되새기며 몇 초 동안 멍해 있다가 정신이 들었다. 그는 다급하게 안희연의 팔을 잡아당기며 물었다. “방금 뭐라고 했어? 너랑 고현준이 이혼했다고? 언제?” “아빠, 저랑 고현준은 이혼할 거예요.” “이혼? 네가 어떻게 이혼을 해? 누가 허락했다고? 절대 안 돼!” 안희연이 이혼하면 고씨 가문에서 그의 손에 넘긴 사업들도 다 날아가는 것이다. 안영해는 고현준이라는 황금사위를 놓칠 수 없었다. 그는 당장이라도 고현준에게 전화해 확인하고 싶었지만, 감히 그럴 수도 없어 안절부절못하며 발을 굴렀다. “회장님, 사모님, 제가 학교에서 한 일은 모두 법과 규정을 준수한 것이고 문제가 있는 쪽은 명주입니다.” 안희연은 명주의 부모님을 향해 차분히 말했다. 명주의 엄마는 그녀에게 손가락질하며 거칠게 욕설을 퍼부었다. 명주의 아버지는 안영해가 딸의 이혼 소식에 넋이 나간 걸 보고는 협박하는 말투로 말했다. “안 회장, 당신이 이제 고현준이라는 산을 잃었다는 걸 잊지 마. 고씨 가문은 여전히 내 아내의 친정이야. 우리 명씨 가문까지 당신과 거래를 끊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잘 알겠지?” 자칫하면 자금 흐름이 끊길 수도 있었다. “명 회장님, 흥분하지 마시고 말씀 나눕시다!” 안영해는 재빨리 자세를 낮추며 명주의 아버지에게 담배 한 개비를 내밀었다. “이번 일은 확실히 우리 희연이가 잘못했습니다. 제 안사람이 딸을 너무 오냐오냐 키운 탓입니다. 명주 양이 원하는 대로 해드릴 테니, 부디 화 좀 푸세요. 우린 서로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안희연은 아버지를 차갑게 바라보았다. 자신을 모욕하는 것도 모자라, 어머니를 욕보이는 말까지 하다니! “저는 안희연이 학교 방송국에서 공식적으로 학업에서의 부정행위를 인정하고 시험에서 부정행위를 했다고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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