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80장 같이 갈게

나도 강유정의 말이 일리가 있는 것 같았다. 서유나는 정말 최지연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최지연은 모든 속셈이 얼굴에 훤히 드러나는데 서유나는 겉으로는 생글생글 웃으면서 속으로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 심지어 아주 잠깐이지만, 그녀와 친구가 될 수도 있을거라고 생각한적이 있다. 그리고 그녀를 정말로 친구로 생각한 적도 있다. 그녀가 점점 미쳐가고 있는 데는 내가 너무 선을 지키지 않은 탓도 있겠지. 그러니 모든 걸 그녀의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강유정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유정 언니, 알았어요. 앞으로 최대한 진욱 씨랑 만나지 않을게요. 근데 오늘은 다른 중요한 일이 있어요. 이만 퇴원해도 될까요?” “안돼.” 강유정은 매몰차게 내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 “지금 좀 어떤 것 같아? 네 형부 말로는 가벼운 뇌진탕이라도 다른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했어. 적어도 24시간은 입원 관찰해야 해.” “아무튼 내가 여기서 지키고 있을 테니까, 도망갈 생각 하지 마.” 그녀의 시선을 따라 문 쪽을 바라보니 역시 병실 문 앞에는 강유정의 경호원 두 명이 지키고 있었다. 이시연도 강유정의 뜻에 동의하듯 말했다. “희주 씨, 그간 너무 무리했잖아요. 하루 정도 쉬어도 괜찮아요.” “꼭 필요한 게 있으면 제가 가서 물건을 가져올게요. 노트북만 있으면 되나요? 아니면 다른 게 더 필요한가요?” 강유정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이시연을 바라봤지만 결국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지금은 안민혁에게 정말 중요한 시기다. 증거를 찾을 수 있을지는 모두 이번 일에 달렸다.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이시연에게 차로 가서 내 노트북을 가져다 달라고 했다. 그리고 동하린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에 안석민이 했던 말 중에 금고에 안민혁에게 불리한 증거가 있다는 말이 생각났다. 다만 동하린 역시 금고에 뭐가 있는지 알지 못했다. 그리고 비밀번호는 안민혁만이 알고 있다. 강제로 금고를 열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일이 조금 복잡해진다. “안 대표님 금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