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29장 무고죄

나는 허리를 펴고 당당한 눈빛으로 앞에 앉아 있는 경찰들을 바라봤다. “경찰 조사에 협조하라고 해서 바쁜 업무도 모두 미뤄두고 한달음에 경찰서로 달려왔습니다. 저는 물론이고 동 비서님도 함께 말이에요. 안후 그룹 업무가 얼마나 바쁜지는 한 감사님도 잘 알고 계시죠? 저희는 이미 충분히 성의를 보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때 받은 증거가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저도 알 수가 없었어요. 그리고 경찰에 제출하지도 않고 스스로 인터넷에 올린 것도 결국은 제 이득을 취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인정합니다. 하지만 그게 법에 어긋나는 일은 아니잖아요?” “증거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 도리가 없으니 인터넷에 업로드해서 네티즌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싶은 마음도 없지 않아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목격자도 찾을 겸 말이에요.” “제가 여론을 이용해서 사리사욕을 채운 거 충분히 인정합니다. 만약 그게 법에 어긋나는 부분이라면 저를 고소하셔도 할 말 없습니다. 하지만 아무런 증거도 없이 제가 살인을 저질렀다는 말을 입에 올리신다면, 저도 무고죄로 한 감사님을 고소해도 될까요?” “한 감사님,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 것처럼 잘못된 말 한마디가 누군가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살인했다는 심한 말은 함부로 입에 올리지 마세요.” 한재준은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고 나는 의자에 기대앉아 계속 말했다. “죄송하지만 저는 경찰 조사에 협조하기 위해서 이 자리에 온 거지 살인 용의자로 조사를 받는 게 아닙니다. 그러니 지금부터 아무 말도 하지 않겠습니다. 제 변호사가 오기 전까지는요.” 말을 마친 나는 아예 두 눈을 감고 모든 질문과 대화를 차단했다. 그리고 지금쯤 동하린도 나와 비슷한 상황일 거라고 생각했다. 동하린은 똑똑한 사람이니 내가 굳이 알려주지 않아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한재준은 나를 한참 동안 지켜보더니 결국은 아무 말 하지 않고 밖으로 나갔다. 그제야 마희연은 내 태도를 지적하듯 말했다. “강희주 씨, 예의를 갖추세요.” “감사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