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알아챘어요?”
나는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유선영에게 디자인을 다시 수정하라고 했으니 분명히 본인 스타일에 맞게 바꿨을 거라고 생각했다.
문정우는 고개를 저으며 휴대폰을 꺼내 내게 건넸다.
“선영 씨가 이 디자인 소프트웨어를 잘 다룰 줄 몰라서 그런 것 같긴 한데... 여기 네가 자주 쓰는 사인이 남아있거든.”
문정우의 말대로 수정된 디자인의 오른쪽 아래 구석에 ‘여름’이라는 두 글자가 적혀 있었다.
여름은 내 별명이었고 어릴 적부터 어머니가 늘 불러줬었던 이름이었다.
자세히 보니 단지 디자인뿐만 아니라 그림 아래측에도 사인이 새겨져 있었다.
나는 미세하게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알아챈 건 선배뿐이겠죠?”
“그럴 거야. 다른 사람들은 이 분야 전문가가 아니라서 몰랐을 거고. 게다가 네가 살아 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도 많으니까.”
“근데 왜 선영 씨한테 제출해달라고 한 거야? 모든 공이 다 선영 씨한테로 돌아갔잖아.”
문정우는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지만 말 속에는 분명 불만이 섞여 있었다.
나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
“전 얼굴을 드러낼 수 없어요. 아시잖아요.”
“게다가 민혁 오빠한테서 선영 씨도 디자인을 전공했다고 들었거든요. 선영 씨는 꽤 똑똑하고 뭐든 금방 배우는 스타일이에요.”
“똑똑하긴 하지...”
문정우는 코웃음을 친 듯했지만 나는 제대로 듣지 못했다. 내가 다시 그쪽을 바라보자 그의 표정이 왠지 모르게 조금 더 심각해졌다.
“선영 씨는 이런 레벨인 디자인에 도전해 본 적이 없어. 그녀 혼자서는 절대 이렇게 복잡하고 고난도인 디자인을 수정할 수 없다는 얘기지.”
“그리고 자세히 보면 말이야. 네 디테일들이 다 남아 있어. 선영 씨는 그것조차도 고치지 않은 거야.”
“선영 씨가 아직 전문적이지 못하다는 거지.”
그 말을 들은 나는 문정우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래서요?”
유선영이 전문적인지 아닌지는 나에게 놓고 말해서 중요하지 않았다.
내 비밀을 지킬 수 있고 사람들의 의심을 피할 수 있으면 그걸로 된 것이었다.
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