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취약이 없다고……?’
원아는 뼈가 보일 정도로 깊은 상처를 입을 알렉세이를 바라보았다. 일반 상처보다 여러 번 봉합해야 하기에 통증도 더 심할 것이다.
원아는 알렉세이가 과연 그 통증을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됐다.
알렉세이는 원아가 자신을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원아를 바라보았다.
“전 괜찮으니 수술해 주세요.”
원아는 알렉세이를 잠시 쳐다봤다.
‘지금 이렇게 고민할 시간이 없어. 빨리 해야겠어. 어차피 봉합해야 할 상처야. 시간을 끌수록 좋지 않아.’
“도구들은 어디 있어요?”
원아는 마침내 수술을 하기로 결정했다.
“저기 안에 있어요.”
남자가 옆에 있는 상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상자 안에는 마취약 외에 다른 도구들이 다 갖추어져 있었다.
원아는 요오드를 거즈에 붓고는 상처에 바른 뒤 봉합을 시작했다.
바늘이 살을 파고드는 것을 느끼면서도 알렉세이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단지 고개를 숙이고 입을 꾹 다문 채 원아를 바라볼 뿐이었다.
원아는 팔에 난 끔찍한 상처를 보고도 덤덤했다.
알렉세이는 처음 원아가 봉합술을 배우기 시작했을 때가 떠올랐다. 그때 원아는 안드레이에게 시달려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된 사람들을 수술하면서 결국 구토를 하고 말았다. 수술이 끝난 후에도 원아는 몸을 떨면서 참을 수 없어 했다.
하지만, 그후로 수술이 반복되면서 점점 능숙해지더니 상처를 봐도 아무렇지 않아 했다. 알렉세이는 지금 수술에 집중하고 있는 원아를 보면서 마음이 복잡했다.
원아는 빠르게 그리고 아주 꼼꼼하게 상처를 꿰맸다.
공포의 섬에서 봉합술을 잘 배운 원아는 아무리 험한 상처라도 빠르고 정확하게 봉합했다.
그녀는 꿰맨 자리에 피가 배어 나오는 것을 보고 상자에서 가루약을 꺼내 냄새를 맡았다.
“이게 지혈하는 약인가요?”
“네.”
남자가 대답했다. 그는 그녀의 봉합술에 감탄하고 있었다.
그는 조금전까지만 해도 나쁜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녀와 즐거운 하룻밤을 보내려는 생각이었다. 원래 공포의 섬에서 남녀관계는 혼잡스러웠다.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