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46화 두려움과 원망의 감정만 남아 있었다

하지만, 특별한 일이 없으면 문소남은 거의 연락을 하지 않았다. 주희진은 옆에 있는 영은에게 조용히 하라고 손짓하며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소남아, 무슨 일이니?” 영은은 문소남이라는 말에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왜 하필 지금 전화를 했지?’ ‘설마 내가 몰래 돌아온 걸 알게 된 건 아니겠지…….’ 영은은 스스로를 안심시켰다. 그녀는 귀국에 성공하기 위해 특별히 사람을 고용했다 그들은 그녀가 M국에서 생활한 흔적을 위조하기도 했다. 그러니 문소남이 그 사실을 알 리가 없었다. 그렇게 바쁜 사람이 어떻게 자기만 감시하고 있겠는가? 임영은은 애써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하려 애썼다. 문소남이 희진에게 말했다. [장모님, 헨리와 쌍둥이가 외할머니가 보고 싶다고 해서 오늘 만나 뵈려 합니다. 같이 식사했으면 해서요. 괜찮으신가요?] 주희진은 얼른 영은을 바라봤다. “오늘?” “네, 아이들이 내일부터 방학이라 오래 머무를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소남은 겉으로는 주희진의 의견을 물어보는 것 같지만 사실, 그는 이미 임씨 저택에 가기로 결정했다. [그래, 이모님에게 식사를 준비하라고 할게.] 주희진은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통화를 마치자 영은이 불만이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엄마, 왜 허락했어요? 아이들과 집에 오면 제가 있는 걸 들키잖아요!” 주희진 역시 그 점을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너는 침실에 숨어 있어. 소리만 내지 않으면 괜찮을 거야.” “문소남의 아이들은 지겨워 죽겠어요. 여기저기 뛰어다니는데 제가 있는 곳에 오지 않을 거라고 장담할 수 있겠어요? 그러니까 문소남을 오게 해서는 안 된다구요!” 영은이 볼멘 소리로 중얼거렸다. 전에는 문소남에 빠져서 그가 무조건 좋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에 대한 두려움과 원망의 감정만 남아 있었다. 문소남과 원아만 아니었다면 지금처럼 비참하게 살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화가 나는 것은 주희진은 그 사실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문소남과 아이들을 집으로 들이려 한다는 것이었다. “네가 침실 문을 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