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화
기억 상실은 맞지만 내 출신 정도는 잘 알고 있다.
나는 그저 지극히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났고 삼 남매 중 가장 서글픈 둘째 딸이었다.
언니와 남동생 사이에서 뭐든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걸 아주 어릴 때 깨달았다.
나 같은 집안 출신의 애가 좋은 대학에 진학하고 괜찮은 직장에 취직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만족할 일이었다.
그런데 뭐? 200억짜리 혼전 계약서?
미치지 않고서야 그런 계약서에 사인할 리가 있을까?
박윤성은 내가 전혀 믿지 않자 날카로운 눈빛으로 물었다.
“부정하는 거야 아니면 싹 다 까먹은 거야?”
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기억 상실한 걸 절대 들켜선 안 된다. 이혼이 번거로워질 테니까.
“기억하지! 아까는 그냥 농담이야.”
나는 당당하게 그의 눈을 마주 봤다.
“내 출신을 뻔히 알면서 그런 계약을 하는 건 대놓고 날 무시하는 격이잖아.”
아니나 다를까 박윤성이 침묵했다.
그럼 그렇지.
이 인간 같은 부자에게 200억은 껌값이겠지만 내겐 어마어마한 액수였다.
이보다 명백한 갑질이 더 있을까?
박윤성은 내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여전히 나를 짓누른 채 금고를 열었다.
그는 긴 팔을 뻗어 계약서를 한 부 꺼냈다.
“잘 봐, 갑질 타령하지 말고!”
차갑고 단호한 목소리에 나는 입을 삐죽거리며 계약서를 들어 올렸다.
이게 바로 우리가 서명한 혼전 계약서였구나.
하지만 중요한 문구를 읽은 순간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내가 이혼을 요구할 경우 배상금 200억을 물어내야 한다고?”
“하지만 네가 요구할 땐... 20조를 배상해?”
나는 놀란 눈빛으로 그를 쳐다봤다.
미친 건 내가 아니라 박윤성이다.
“미쳤어? 대체 왜 이런 계약을 한 건데?”
박윤성이 나를 지그시 바라봤다.
“혼전 계약서는 네가 제안했어.”
“말도 안 돼!”
나는 본능적으로 반박했다.
“내가 이런 미친 짓을 할 리가 없잖아! 윤성 씨, 책임 전가하지 마!”
나는 감정이 북받쳐 기억 상실 사실을 숨기지 못했다.
아니나 다를까 박윤성이 위협적인 말투로 물었다.
“정말 기억 안 나는 거야,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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