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9화

박윤성이 눈살을 찌푸리며 내 말을 잘랐다. “제멋대로 굴지 말고 의사 말 좀 들어.” 의사는 뭔가 생각에 잠긴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진통제 처방해 드릴게요. 이런 문제는 단정 짓기 어려워요. 어느 날 갑자기 나을 수도 있고 간헐적으로 두통이 지속될 수도 있고요. 추가로 정밀 검사를 받아보실 수는 있겠지만 결과가 크게 달라지진 않을 겁니다.” “그럼 지연이가 낫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겁니까?” 박윤성의 표정은 변함없었지만 그 목소리에서 묻어나오는 냉기가 병실 전체의 분위기를 싸늘하게 만들었다. 의사는 즉시 조심스러운 태도로 말했다. “아직 원인을 정확히 찾지 못해서 정확한 치료가 어렵습니다. 지금으로선 지속적인 관찰이 최선입니다.” 잠시 생각하던 의사는 말을 이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엔 사모님의 상태는 그리 심각하지 않아요. 건강에 큰 지장은 없어 보이니 우선 푹 쉬시고 저희가 계속 원인을 찾아보겠습니다.” 의사가 나가고 나서 병실에는 다시 나와 박윤성 둘만 남았다. 나는 속으로 안도했다. 다행히 의사들은 머리만 검사해서 아무도 손목의 흉터는 발견하지 못했다. 그건 자살 흔적이기도 했지만 나의 수치이기도 했다. 박윤성이 믿지 않는다면 그에게 보여줄 이유도 알게 할 필요도 없었다. 그가 내 옆에 앉았을 때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우리는 이렇게 마주 앉아 있어도 서로에게 할 말이 하나도 없었다. 한참의 침묵 끝에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걔가 널 두 번이나 구해줬네.” 박윤성이 말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고인우였다. 생각해 보면 고인우는 나를 두 번이나 구해줬고 그것도 목숨을 살려준 생명의 은인이었다. “응. 그래서 정말 고맙게 생각해.” 나는 표정 하나 없이 대답했다. 그 순간 박윤성이 갑자기 내 턱을 움켜잡고 입가를 쓸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고맙다는 마음 말고 다른 감정은 없어?” 나는 반사적으로 미간을 찌푸렸다. “내가 그 사람한테 무슨 감정이 있어야 하는데?” ‘감사하는 마음 말고 뭐가 있을 게 있나?’ 순간적으로 깨달은 나는 박윤성이 그저 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