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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5화

“어쭈! 술 쫌 하는데.” 환호성이 들렸다. 또 다른 사람이 와서는 십만 원을 걸면서 술을 마시라고 했다. 여름은 한 잔 두 잔 독주를 털어 넣었다. 위장은 타는 듯이 아파왔다. 아홉 명이 준 아홉 잔을 다 마시자 마지막 남은 사람은 송영식이었다. 여름은 비틀비틀 그에게 걸어갔다. 그 앞에 서자 송영식의 얼굴은 두 개 세 개로 겹쳐 보였다. 블랙 가죽 재킷만 보이고 얼굴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이제 끝나 가네. 마지막 한 잔, 십만 원, 오케이?” 송영식은 앞에 서 있는 여름을 노려보았다. 위스키 아홉 잔을 연속으로 원샷했다. 남자들도 이 정도면 드러눕는다. 분명 취했을 텐데도 여전히 두 눈의 초점은 또렷했고 등을 곧게 편 채 꼿꼿하게 서 있었다. 도도하기 그지 없었다. 송영식은 낮게 웃었다. “내가 왜 네 소원을 들어주나? 너 같은 것에게는 십 원짜리 한 장도 아까워. 돈이 필요하면 다른 데 가 봐.” 여름은 몸도 마음도 모두 으스러질 것 같았다. 지금까지 누구도 이렇게 혐오스러운 적이 없었다. ‘최하준을 사랑한 것이 이렇게도 큰 잘못이었구나. ‘ 뼈아픈 후회가 밀려왔다. 최하준이나 친구들이나 모두 똑같이 뼛속까지 악마였다. 여름은 머리를 굴렸다.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 자신에게 몸이 달았으니 다가가서 십만 원 가져오는 것은 문제도 없겠다 싶었다. 그 순간, 갑자기 요트 문이 ‘쾅’하고 발에 차여 열리는 것 같더니 한 사람이 성큼 성큼 다가왔다. 여름은 이미 너무 취해서 얼굴을 알아보지 못했다. 그저 본능적으로 비틀비틀 앞으로 걸어갔다. “저기, 위스키 한 잔 원샷하는데 십만 원, 어때요?” 하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한동안 여름을 내려다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여름이 입고 있는 옷은 차마 옷이라고 하기엔 너무 옷감을 아낀 것 같았다. 뽀얀 우유빛 피부가 하준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적당히 볼륨이 있는 선이 고운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얼굴은 복숭아처럼 핑크빛이 돌아 오히려 생기있어 보였고 입술은 붉게 피어올랐다. 이런 여름을 보고 키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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