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9화

“그렇게 오래 준비하더니, 결국 별거 아니네.” 심민아는 방성훈의 얼굴을 보며 비웃듯 입꼬리를 살짝 올렸고 방금 그가 건넨 차에 뭔가가 들어있다는 확신이 더 강해졌다. “방성훈, 너 원래도 머리 안 좋잖아. 그 머리로 나에게 X 수작이라도 부리려했던 거야? 차라리 그 시간에 강소라랑 나란히 묻힐 자리나 미리 골라둬. 참, 내가 아는 장례식장에 예약하면 10% 정도 할인받을 수 있을 거야.” “...” 방성훈은 순간 할 말을 잃고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다가 문득 눈빛이 흔들리더니, 마치 무언가를 깨달은 듯 그녀에게 물었다. “민아야，진짜 박진호 그 자식을 좋아하는 거야?” 욕정을 심는 벌레 없이도 이제는 더는 심민아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깨달은 듯했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자, 방성훈의 얼굴이 일그러지며 눈빛이 격렬하게 흔들렸다. “대체 박진호가 뭐가 좋다고! 그놈이 나보다 잘생기고, 키 크고, 몸 좋고, 돈 많고, 권력 있고, 머리 좋고, 능력 있다고 해서? 그게 다야?” “...” ‘지금 네 입으로 그걸 다 인정하는 거야?’ 방성훈은 홧김에 탁자를 세게 내리치며 벌떡 일어섰다. “민아야! 너 진짜 박진호를 사랑한다고? 그냥 그놈이 가진 집안, 권력, 재력이 좋은 거 아니야? 만약 나랑 그놈의 입장이 바뀌었다면, 그가 나처럼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넌 절대...” “그래도 난 그를 사랑했을 거야.” 심민아는 단호하게 그의 말을 끊었다. 그 짧은 한마디가 방성훈의 자존심을 산산조각 냈다. “하...” 방성훈은 순간 헛웃음을 터트리며 얼굴을 손으로 감쌌다. 그러다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눈빛은 이미 어둡고 날카롭게 변해 있었다. “사랑한다고? 심민아, 네가 네 원수를 사랑할 수 있다고 생각해?” ‘원수?’ 심민아는 순간 눈썹을 찌푸리며 그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게 무슨 소리야?” 방성훈은 천천히 잔을 기울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심민아, 정말 네 부모님이 심하 그룹을 내버려두고, 너 같은 귀한 딸을 두고 단둘이 세계여행을 떠났다고 생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