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6화

심민아는 롤스로이스 안에 없었다. 차량 문이 열려 있었고 그곳엔 그녀의 흔적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육해인의 얼굴은 벌겋게 부어 있었다. 조금 전 박진운에게 정통으로 주먹을 맞은 것이었다. “진운이 그 미친놈, 도대체 뭘 하겠다는 거야? 젠장! 임미정 씨가 바로 뒤쫓아 갔어. 이건 그녀가 나한테 맡긴 핸드폰이야. 위치추적이 걸려 있다더라. 너한테 전달하라고 했어.” 정말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아무런 전조도 없이 박진운이 차량 문을 확 열더니, 안에 있던 심민아를 강제로 끌어내어 어깨에 메고 그대로 사라졌다. 육해인은 본능적으로 달려들어 막으려 했지만 박진운의 주먹에 바닥에 나뒹굴고 말았다. ‘저 개자식... 평소엔 순한 강아지 흉내 내더니, 이제는 연기고 뭐고 다 집어던졌네.’ 가장 기가 막힌 건 박진운이 떠나기 전에 던진 말이었다. “육해인, 육씨 가문을 지키고 싶으면 내 앞에서 깝치지 마.” 이후 그는 심민아를 강제로 차에 태우고 자취를 감췄다. 임미정이 가장 먼저 움직였다. 상황을 파악하자마자 차로 그 뒤를 쫓았다. 그리고 그 차가 육해인 앞을 스쳐 지나가는 순간, 창문을 내리고 위치추적 앱이 깔린 휴대폰을 던져주며 박진호에게 전하라고 급박하게 소리쳤다. 육해인은 박진운의 협박 따윈 전혀 마음에 두지 않았다. 그저 차 키를 꺼내 박진호에게 던지듯 내밀었다. “진호야, 오늘은 람보르기니 끌고 왔어. 내차 써.” ‘육씨 가문이? 진호가 없었으면 우리 가문은 진작에 무너졌어. 지금의 육씨 가문이 경안시 2위까지 오른 건 전부 진호 덕분인데... 난 진호한테 배은망덕한 짓 못 해.’ 박진호는 곧바로 차량에 올라탔다. 시동이 걸리자마자, 그는 임미정의 휴대폰 GPS를 따라 심민아가 있는 곳으로 전속력을 다해 질주했다. 그리고 정민우 역시 바로 뒤를 따르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휴대폰이 울렸고 화면에 떠오른 이름은 정도현이었다. “정민우, 당장 네 여동생 데리고 병원으로 와.” 분노로 가득 찬 정도현의 목소리가 휴대폰 스피커에서 퍼져 나왔다. 전화를 끊은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