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2화

“그래서 네가 너희 아빠랑 그 예쁜 의사 이모를 이어주고 싶다는 거야?” 박은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아주 단호하게 말했다. “네. 맞아요.” 전화기 너머에서 박연석이 웃음을 터뜨렸다. “은성아, 그걸 굳이 네가 나서서 이어줄 필요가 있냐? 너희 아빠 얼마나 잘났는데. 줄 서 있는 여자들만 해도 아파트 한 채는 넘겠다.” 박은성은 서둘러 고개를 저으며 손사래쳤다. “아니야, 삼촌! 이모는 진짜 달라요. 다른 여자들이랑은 완전 다르다니까요?” “그래? 뭐가 그렇게 다른데?” 박연석은 재미있다는 듯 말투에 장난기가 묻어났다. 박은성은 바로 열을 올리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예쁜 이모가 얼마나 성격이 좋은지, 아빠한테는 별 관심도 없어 보이는 태도, 어젯밤 할머니랑 허지유가 와서 이모의 실력을 의심하며 기분 상하게 만든 이야기까지 죄다 털어놨다. 박연석은 원래부터 조카랑 한 편이었고 둘 다 허지유를 아주 질색팔색해했다. 얘기를 다 들은 그는 기가 막히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허지유 또 난리쳤어? 진짜 어딜 가나 빠지질 않네, 그 인간.” “맞아요. 완전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니까요.” 박은성은 징그럽다는 듯 몸서리쳤다. 그리고는 갑자기 애교를 작렬시켰다. “삼촌... 지금 내 편은 삼촌밖에 없어요. 삼촌이 도와줘야 해요. 네?” 귀엽게 늘어지는 목소리에 박연석은 결국 폭소를 터뜨리며 항복했다. “알겠어, 알겠어. 우리 조카가 이렇게까지 부탁하는데 안 도와줄 수가 없지. 둘을 이어주는 거? 그거야 쉽지.” “일단 자주 마주치게 만들어야 해. 가까워질 기회를 줘야 하니까, 그러니까 네가 이렇게 하고 또 이렇게 유도해서...” 그 순간, 두 사람은 진지하게 ‘작전 회의’에 돌입했다. 그 시각, 이 모든 걸 까맣게 모르는 허소원과 박태진은 치료를 마무리 중이었다. 열 바늘 정도만 남았을 무렵, 허소원은 시간이 되자 조심스럽게 침을 뽑기 시작했다. 모두 뽑은 뒤, 그녀는 새로 조제한 약봉지를 내밀며 말했다. “전이랑은 조금 다른 처방이에요. 오늘은 잠들기 전에 드세요.” 무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