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88장

하지만 이천후가 반응할 틈도 주지 않고 머리 위에서 다시 적련벌 떼가 웅웅거리는 소리를 내며 그를 향해 날아왔다. 엄청난 살기를 뿜어내며 말이다. “비열한 녀석들, 내가 너희를 반드시 죽이고 말 거야!” 이천후는 분노의 외침과 함께 몸 안에 고인 진기를 최대한 끌어올려 망설임 없이 앞쪽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뒤에서는 적련벌 무리가 맹렬히 따라붙으며 모두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고 있었고 꼬리 부분의 독침이 반쯤 나온 채 언제든지 찌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 정말 말 그대로 벌집을 건드려버렸군.” “젠장, 왜 나를 쫓아오는 거야? 벌집을 건드린 건 내가 아닌데!” 이천후는 달리면서 투덜거렸다. 하지만 이 녀석들은 지능이 낮은 벌들이라 그런지 이천후만 노리고 날개를 파닥이며 미친 듯이 쫓아왔다. “끝까지 쫓아가네. 역시 적련벌들은 흉악해. 이천후는 이제 살 가망이 없겠군.” 추서희는 아래쪽을 보며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하하하, 이천후 꼴좋다! 네가 먼저 나를 건드렸잖아. 난 이렇게 쉽게 네 놈을 없앨 수 있어.” 혈도는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이제 천년 혈삼을 캐도 돼?” 추종훈이 살짝 겁먹은 듯한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러나 추서희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캐긴 뭘 캐. 빨리 가자! 적련벌들이 지금 완전히 미쳤어. 가까이 갔다간 우리도 위험해.” 추종훈은 조심스레 주변을 둘러보다가 깜짝 놀랐다. 적련벌 수십 마리가 여기저기 흩어져 날아다니며 벌집을 건드린 범인을 찾는 듯 보였고 그 중 두 마리가 이쪽으로 날아오고 있었다. “서둘러! 이천후를 쫓아가자!” 추서희는 코를 킁킁거리며 신난 표정으로 말했다. “그 녀석 몸에서 귀한 약초 향이 나는 것 같아.” 슉.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녀는 표범처럼 몸을 날려 이천후를 향해 빠르게 움직였다. “어? 귀한 약초라고?” 혈도와 추종훈은 서로 눈을 마주치고 웃더니 망설임 없이 추서희를 따라 이천후가 있는 방향으로 달려갔다. 한참 후 이천후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고 이마에 땀이 줄줄 흘렀다. 그의 얼굴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