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17화

유하연이 연정의 손을 치우고 보니, 무릎이 심하게 까여 붉게 부어오르고 피까지 배어 나왔다. 퍼렇게 멍든 자국도 섞여 있어 보기만 해도 섬뜩했다. 이래서야 그다음 경기를 어떻게 하겠나? “도대체 뭐 하는 거야!”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유하연이 고개를 홱 돌려 그 남자아이에게 소리쳤다. “나 일부러 그런 거 아니야. 실수로 부딪힌 거야.” 남자아이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뻔뻔하게 거짓말을 했고, 오히려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남자아이의 아버지도 다가왔다. “말이 왜 그렇게 거칠어요? 애들끼리 부딪치는 건 흔한 일이지 않아요?”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남자아이는 또다시 실수로 옆의 다른 아이를 들이받아 넘어뜨렸다. 바닥에 넘어진 통통한 그 아이는 단거리 국가대표 선수의 아들이었다. 하지만 부모와 달리 달릴 때는 몸이 좌우로 흔들렸고, 보폭을 내딛는 것도 힘겨워 절뚝거렸다. 그제야 사람들은 그 아이에게 선천적 결함이 있음을 눈치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프로 선수가 이런 데 나오는 건 반칙 아니냐고 하던 분위기는, 그 아이를 보자 순식간에 잠잠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결함을 안고도 성실히 뛰던 아이가 그대로 들이받혀 나가떨어졌고, 연정처럼 무릎을 다쳤다. 학부모들은 분노했지만 한쪽의 선생님들은 못 본 척하며 경기 진행을 재촉할 뿐이었다. 그때 가해 남자아이의 엄마가 달려와 바통을 그 아이에게 쥐여 주었다. 남자아이는 바통을 움켜쥐고 장애물을 타고 넘기 시작했고 싱글벙글 소리쳤다. “내가 1등이야! 내가 진짜 1등이야!” “아니야, 1등은 연정이어야 해.” 그 말에 연정은 단단히 언짢아졌다. 그녀는 입술을 삐죽이며 벌떡 일어나 다시 장애물로 향했다. “연정아!” 유하연은 눈가가 벌게질 만큼 마음이 미어졌다. ‘다친 연정이 또 뛴다고?’ 이건 뼈까지 충격이 갔을 수 있어서 약을 써도 쉬어야 하는 상처였다. 아니나 다를까, 연정은 첫 번째 장애물을 타려다 그대로 미끄러져 떨어졌다. “연정아!” 유하연이 놀라 외치며 앞으로 달려들었다. 하지만 강철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