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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5화

부정빈은 실행력은 좋지만, 어떤 결정을 내리거나 판을 바꾸는 일, 더구나 제자리에서 판을 뒤집는 일에는 맞지 않았다. 주주들의 말을 듣자 부정빈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저, 저는...” “이건 유 대표님이 내린 결정이에요. 그러면 유 대표님이 책임을 져야죠.” 주주들은 부정빈을 못 본 척하며 차갑게 잘라 말했다. 유하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이 프로젝트를 다시 따 오겠어요. 따 오기만 하면 이전 손실은 전부 메울 수 있고 오히려 더 큰 수익을 가져올 겁니다.” 그녀가 해법이라고 말하기는 했지만, 결코 쉽지 않은 길이었다. 유하연이 제시한 프로젝트 명세를 보고, 주주들의 얼굴에 놀람이 스쳤다. 그중 한 주주가 못 참고 말했다. “유 대표님, 뭐든 안정이 먼저죠. 그건 지금 우리 수천 그룹이 감당할 프로젝트가 아닙니다.” 유하연이 씁쓸하게 웃었다. “하지만 그거 말고는 지난 손실을 메울 수 있는 프로젝트가 없어요.” 그 손실은 규모가 너무 컸다. 자금 문제만이 아니라 수천 그룹의 업계 평판에도 직격탄이었다. 그 말에 주주들은 잠잠해졌다. 반박할 말이 없었기 때문이다. 정적 속에서 부정빈은 불편하게 몸을 뒤틀었다. 회의실을 나선 뒤, 그는 유하연에게 사과했다. “미안해, 하연아. 나는, 나는 이렇게 심각한 결과가 될 줄은 몰랐어.” 프로젝트가 중요한 건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결국 유하연을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프로젝트에 도전하게 떠밀어 버린 셈이었다. 유하연이 관자놀이를 주물렀다. “이미 벌어진 일이야, 빈아. 사실 나는 네 사과 듣고 싶지 않아. 해결책을 못 내놓겠다면, 차라리 네가 뭘 반성했고, 다음에는 어떻게 고치고 피할 건지 그 말을 듣고 싶어.” 부정빈의 표정이 굳었다. “말해 줘. 그날 네가 직접 못 갔다면, 왜 비서라도 보내서 시간을 벌고 기회를 만들 생각을 못 했어?” 사적인 일로 일을 망친 이유는 더 묻지 않기로 하고, 그녀는 가장 큰 의문만 짚었다. 부정빈은 고개를 숙였다. “나, 내가... 까먹었어.” 처음에는 기억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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