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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사진 속 서은채 옆에 앉아있는 윤시혁을 보며 임수아의 마음은 복잡해졌다. 그의 잘생긴 얼굴에는 별다른 표정이 없었지만 입꼬리는 살짝 올라가 있었다. 그 미소가 아주 희미했지만 임수아는 그의 기분이 좋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긴. 그의 첫사랑이 드디어 돌아왔으니 기쁘지 않을 리가 있겠는가. 임수아는 가만히 눈을 감고 목구멍이 메어 오는 것을 느꼈다. 마치 고련을 삼킨 듯 쓴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그녀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천천히 욕실로 들어갔다. 머리 위로 물이 쏟아질 때, 임수아는 의사가 상처에 물이 닿으면 안 된다고 했던 말을 완전히 잊어버렸다. 샤워를 마치고 임수아는 욕실에서 나왔다. 욕실에서 나오는 순간, 저 멀리 소파에 앉아있는 윤시혁이 보였다. 임수아는 순간 멈칫했다. 윤시혁은 나른하게 눈을 들어 그녀를 힐끗 보더니 턱으로 테이블 위의 서류를 가리키며 무심하게 말했다. “사인해.” 테이블 위에 놓인 서류를 본 임수아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그녀는 천근만근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 윤시혁에게 다가갔다. 몸을 숙여 서류를 집어 들자 큼지막하게 적힌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이혼 신고서]. 마음속으로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이혼 신고서를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하는 순간 임수아의 얼굴은 굳어졌다. 신고서를 쥔 그녀의 손끝에 힘이 들어갔다. 순간 얇은 종이는 금세 구겨지고 말았다. 그녀는 윤시혁을 바라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이... 이게 무슨 뜻이죠?” 질문을 마치고 보니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뻔한 걸 왜 물어본 거지?’ 윤시혁은 차분한 표정으로 임수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 이혼해. 이혼하면 8백억을 줄게. 그리고 주경산과 욱일산에 있는 별장 두 채도 네 명의로 해 줄 거야. 혹시 부족하면 내 비서한테 연락하고.” 그는 마치 날씨 얘기하듯 너무나 담담하게 말했다. 하지만 임수아는 그의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찢어지는 듯 아팠다. 임수아는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듯한 눈으로 윤시혁을 바라보았다. 2년간의 결혼 생활로 800억과 별장 두 채를 바꾸다니 그녀에게는 수지맞는 장사였다. 하지만... 그는 알기나 할까, 그녀가 원했던 건 이런 게 아니었다는 것을? 임수아의 눈가가 붉어지고 코끝이 시큰거려 시야가 점점 흐릿해졌다. 그녀는 입술을 하얗게 깨물고 멍하니 윤시혁을 바라보며 한 글자씩 또박또박 물었다. “시혁 씨, 나랑 이혼하자는 게 서은채 때문이에요? 그녀가 돌아와서... 그래서...” 여기까지 말하자 임수아의 목소리는 이미 메어 있었다. 그 말을 듣자 윤시혁은 갑자기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방금 샤워를 마친 그녀는 흰색 잠옷을 입고 있었고 검고 긴 생머리는 부드럽게 양어깨로 흩어져 있었다. 손바닥만 한 작은 얼굴에는 화장기 하나 없이 깨끗했고 눈을 내리깔고 있는 모습은 차분하고 아름다웠다. 왼쪽 눈꼬리 아래의 눈물점은 더욱 애처로운 느낌을 더했고 이마에 붙은 하얀 반창고는 그녀의 슬픔을 더욱 강조하는 듯했다. 어쩐지 그런 임수아를 보자 윤시혁의 마음속에는 이유 모를 답답함이 밀려왔다.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소파에서 일어서서 눈을 내리깔고 그녀를 내려다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그 한마디는 날카로운 칼날처럼 임수아의 심장을 꿰뚫고 들어왔다. 이제 와서 숨길 필요는 없다는 듯 윤시혁은 잔인하게 진실을 뱉어냈다. “너도 알고 있잖아. 처음부터 내가 원했던 사람은 네가 아니라는 거. 네가 할머니한테 수작 부려서 마음 돌린 거잖아. 그때 할머니가 억지로 결혼을 밀어붙이지 않았으면 넌 내 아내가 될 일 없었어.” 그의 목소리는 마치 한겨울 칼바람처럼 뼛속까지 시리게 만들었다. “이제 은채도 돌아왔으니 우리도 이 터무니없는 결혼 생활을 끝내야지.” 그의 말을 듣는 순간 임수아의 얼굴에서 핏기가 싹 가셨다. 심장이 보이지 않는 큰 손에 움켜쥐인 듯 숨쉬기조차 힘들었다. 터무니없어? 그에게 이 결혼은 그저 터무니가 없을 뿐이었다. 임수아는 갑자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테이블 위에 놓인 펜을 들어 아주 차분하게 이혼 신고서에 자신의 이름을 적었다. 윤시혁의 눈빛이 더욱 깊어졌다. 임수아는 이혼 신고서를 윤시혁에게 건네며 갈라진 목소리로 나지막이 물었다. “언제 절차 밟을 거예요?” 그녀의 말에 윤시혁은 생각에서 벗어난 듯 눈빛이 흔들렸다. “내일 아침 10시.” 말을 마친 그는 신고서를 받아 들고 뒤돌아보지도 않고 가 버렸다. “시혁 씨...” 임수아가 갑자기 그를 불렀다. 윤시혁은 발걸음을 멈췄지만 돌아보지는 않았다. 그녀는 힘겹게 말을 이었다. “미안해요. 지난 2년동안... 당신 시간을 낭비하게 해서.” 윤시혁은 대답 없이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임수아는 결국 참지 못하고 눈물을 쏟아냈다. 방에서 나서는 순간, 윤시혁의 미간이 다시 찌푸려졌다. ‘그녀가 순순히 도장을 찍어줬으니 당연히 기뻐해야 할 텐데. 왜... 조금도 기쁘지 않은 거지?’ 윤시혁은 복잡한 감정을 애써 외면하며 숨을 깊이 들이쉬고 서재로 돌아갔다. 그날 밤, 그는 침실로 돌아가지 않았다. 임수아는 언제 잠들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온몸을 짓누르는 고통에 겨우 눈을 떴을 땐 마치 불덩이 속에 갇힌 것 같았다. 간신히 몸을 일으켜 이마에 손을 대보니 끓어오르는 열기가 느껴졌다. 그녀는 자신의 상처와 의사의 당부를 떠올리고 상처가 염증이 생긴 것이라고 짐작했다. 그녀는 지체하지 않고 무거운 몸을 이끌고 욕실로 들어가 간단히 정리한 후, 밖으로 나갔다. 그녀는 가정의를 부르지 않았다 혹시라도 윤시혁이 알게 되면 또다시 그녀가 일부러 열을 내서 동정을 사려고 한다고 생각할까 봐서였다. ... 임수아가 혼자 병원 수액 실에 앉아 링거를 맞고 있을 때, 시간은 겨우 9시를 조금 넘긴 시각이었다. 하지만 긴 의자에 몸을 기댄 채 그녀는 쏟아지는 졸음을 참지 못하고 스르륵 잠이 들었다. 얼마나 깊이 잠들었던 걸까. 갑자기 울리는 요란한 벨 소리에 화들짝 놀라 깨어났다. 발신자 표시창에 뜬 시혁이라는 이름을 보며 그녀는 깜짝 놀랐다. 시간을 확인하니 벌써 10시 10분이나 지나 있었다. “여... 여보세요, 시혁 씨...” “너 지금 어디야!”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짜증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링거 줄에 연결된 자신의 팔을 내려다보며 임수아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나 지금 잠깐 일이 있어서 조금 늦을 것 같은데...” 채 말을 끝맺기도 전에 윤시혁의 차가운 목소리가 그녀의 말을 가로막았다. “너랑 쓸데없는 시간 낭비할 만큼 한가하지 않아. 30분 줄 테니 당장 튀어와!” 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전화를 끊었다. 임수아는 고개를 떨궜다. 심장이 쿡쿡 쑤셔왔다. 심호흡을 하고 그녀는 고개를 들며 간호사를 불렀다. “선생님...” ... 법원. 임수아는 도착하자마자 윤시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가 연결되자마자 윤시혁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갑자기 일이 생겼어. 절차는 다음에 밟자.” 그녀가 말할 틈도 주지 않고 전화는 다시 끊겼다. 임수아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 순간, 참고 참았던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서러움과 분노가 동시에 밀려왔던 것이다. ‘그는 정말로... 나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걸까?’ 한참 울던 임수아는 코를 훌쩍이며 눈물을 닦고 뒤돌아보지도 않고 가 버렸다. 볼일 끝나면 바로 돌아와서 수액을 맞기로 의사 선생님과 약속했기 때문이다. 병원 주차장에 도착한 임수아는 차 문을 열고 내렸다. 그때, 부드러운 목소리가 갑자기 그녀의 귓가에 들려왔다. “시혁아, 너무 걱정하지 마. 지금은 많이 좋아졌어...”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임수아의 몸이 굳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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