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화

이 질문에 윤시혁은 순간 멍해졌지만 이내 평정을 되찾았다. “나와 임수아는 어쨌든 부부야.” 아주 평온하게 이렇게 대답하는 윤시혁의 모습에 서은채는 안색이 순식간에 변했다. ‘이 말은 그들이 아직 부부이기 때문에 임수아에게 미안한 일을 할 수 없다는 뜻인가?’ 그래서 그날 밤, 먼저 하겠다고 했는데도 윤시혁은 그녀를 밀어내고 임수아를 선택한 것이었다. 순간 서은채는 임수아가 윤씨 가문 사모님 자리를 차지한 것이 너무나도 증오스러워 저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쏟아져 내렸다. 한참 울다가 갑자기 고개를 들더니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윤시혁을 바라보며 고통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시혁아, 나 정말 후회돼! 그때... 내가 일시적인 감정에 휘말려 일방적으로 헤어지자고 하지 않았다면 그랬다면... 임수아와 결혼하지 않았을 텐데...” 서은채는 목이 메어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그때 헤어지자고 한 건... 그저 네가 나를 좀 더 신경 써주길 바랐을 뿐이야. 나 정말 널 사랑해, 항상 사랑했어...” 서은채의 말에 윤시혁의 표정이 복잡해졌다. “정말 후회돼...” 이 말만 계속 반복하면서 한 서은채는 숨이 가빠진 듯 가슴에 손을 올렸다. 서은채의 모습에 미간을 찌푸린 윤시혁은 걱정 가득한 얼굴로 달래듯 말했다. “은채야, 진정해.” 한동안 흐느끼던 서은채는 한참 후에야 진정한 듯 코를 훌쩍이며 말했다. “시혁아, 네가 예전에 나와 결혼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난 늘 알고 있었어. 난 너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걸.” 윤시혁의 표정이 약간 멍해졌다. 그를 힐끔 본 서은채는 침묵하는 그의 모습에 눈빛이 흔들리더니 입술을 깨물며 말을 계속 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너도 아내가 있으니 그때의 약속은 자연스럽게 무효가 된 거야. 게다가 난 지금 장애인이야. 더더욱 네 옆에 설 자격 없어.” 말을 마친 서은채는 다시 얼굴을 가리고 울기 시작했다. 서은채의 말을 들은 윤시혁은 마음이 편치 않았다. 이번 일은 확실히 윤시혁이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게다가 몇 년 전 서은채의 교통사고도 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