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11화

그 팔찌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었다. 전에 안욱진이 준 선물이었다. 임수아는 처음에 의아했었다. 특별한 날도 아닌데 갑자기 웬 팔찌냐 싶었다. 하지만 안욱진이 숨겨진 기능을 설명해 주고 나서야 그의 의도를 알 수 있었다. 연예계는 언제나 음모로 가득한 곳이었다. 잠깐 방심하면 함정에 빠져 돌이킬 수 없는 일을 당하기 십상이다. 그 팔찌에는 녹음 기능이 있었다. 그래서 위급한 순간에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할 수 있는 장치였다. “오빠, 내 말 좀 들어봐요. 나...” 하유민이 변명하려는 순간, 윤시혁의 날 선 목소리가 그녀의 말을 잘라냈다. “누가 너에게 그런 말을 했어?” 하유민은 입술을 꾹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윤시혁도 더 캐물을 마음이 없었다. 대신 고개를 돌려 임수아를 보더니 그녀의 손을 덥석 잡았다. “서씨 가문 저택으로 가자.” 하유민의 곁을 스쳐 지나가며 윤시혁은 차갑게 말했다. “너도 따라와.” 가슴은 조여들었지만 하유민은 그의 명령을 거스를 수 없었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잔뜩 움츠린 채 뒤를 따랐다. 차가 달리는 내내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차 안의 공기는 숨 막히게 무겁고 눅눅했다. 저택에 도착했을 때, 서씨 가문 식구들은 식사 중이었다. 서문혁이 먼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반갑게 웃으며 맞았다. “시혁아, 수아 씨, 유민이까지... 웬일이야? 밥은 먹었어? 안 먹었으면 같이 먹지.” “은채랑 은미에게 볼 일이 있어서 왔어요.” 윤시혁의 얼굴은 여전히 굳어 있었다. 서은채는 눈을 깜빡이며 의아하다는 듯 부모님을 향해 말했다. “아빠, 엄마, 두 분은 계속 식사하세요.” “괜찮다. 이따가 다 같이 먹으면 되지.” 결국 모두 거실로 자리를 옮겼다. 윤시혁은 곧바로 서윤미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서윤미. 오늘 오후 다섯 시쯤에 유민이와 통화하면서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말해.” 녹음으로 들은 목소리는 분명 서윤미였다. 서윤미는 순간 얼어붙더니 이내 대답을 내놨다. “그냥 누가 임수아 씨를 밀었는지 알아낸 게 있나 싶어 물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