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9화

“수아 언니, 내가 고르는 것만 보지 말고 언니 것도 골라요!” 하유민이 갑자기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임수아는 입꼬리를 올리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옷 몇 벌 골랐다. 하유민은 여덟 벌을 골랐고 임수아는 세 벌을 골랐다. 점장이 계산서를 들고 그들에게 다가오는 것을 본 임수아는 눈빛이 살짝 번뜩였다. 그러더니 감개무량하고 부러운 표정으로 하유민에게 말했다. “유민 씨, 부모님이 정말 유민 씨에게 잘하네요. 한 달에 용돈을 수천만 원씩 주니까 이런 옷도 마음대로 사고.” 이 말을 들은 하유민은 안색이 곧바로 굳어졌다. 하지만 입을 열기도 전에 임수아가 계속 말했다. “근데... 내가 고른 옷들도 다 비싼 건데 정말 내 것까지 사줄 거예요?” 임수아의 말이 끝날 때쯤 어느새 그들 앞에 온 점장은 임수아의 말을 듣고 미소를 지으며 계산서를 하유민에게 건넸다. “하유민 씨, 총금액은 1억 5천 2백 60만 원입니다. 계산서에 문제없는지 확인해 주세요.” 자기 앞으로 내밀어진 계산서를 본 하유민은 깜짝 놀랐다. 얼굴 표정은 정말 그야말로 가관이었다. 하유민이 임수아를 바라보며 이를 악물었다. 자기가 언제 그녀 옷까지 사주겠다고 했단 말인가? 하지만 임수아가 방금 한 말을 점장도 다 들었을 텐데 이제 와서 돈을 내지 않겠다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게 하면 점장이 자기를 어떻게 보겠는가? 임수아, 이년! 분명 일부러 이런 것이다! 하유민이 한참 동안 가만히 있자 임수아가 눈을 깜빡였다. “왜 그래요? 유민 씨, 돈이 부족해요? 그럼 내가 대신 낼게요. 어차피 난...” “누가 돈 없다고 했어요!” 하유민이 임수아의 말을 재빨리 끊은 뒤 가방에서 카드를 꺼내 점장에게 건넸다. “이걸로 결제할게요.” 점장이 미소를 지으며 카드를 받았다. 결제 문자가 온 것을 본 하유민은 피를 토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사실 옷을 사러 나올 필요도 없었다. 유명 브랜드들은 시즌 신상이 나올 때마다 전부 그녀 집으로 보내 고르게 했다. 쇼핑하자고 임수아를 부른 것은 단지 임수아의 지갑을 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