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1화

저녁 식사 시간은 비교적 평화로웠다. 아무도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식사 후, 임수아는 할머니와 함께 저택 정원을 산책했다. 산책이 끝난 뒤 그녀는 곧장 방으로 돌아갔다. 윤시혁이 서재에 있었기에 방안에는 그녀 혼자밖에 없었다. 소파에 앉아있는 임수아는 깊은 고민 중이었다. 그녀는 윤시혁이 자신을 멀리하고 있다는 걸,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피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 오늘 하루 종일, 윤시혁은 그녀에게 한마디도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녀를 투명인간 취급하며 그녀의 존재를 잊어버린 것 같아 보였다. 이런 생각에 임수아는 마음이 착잡해졌다. 10시 반이 되어서야 윤시혁이 방으로 돌아왔다. 임수아는 그가 이전처럼 자신을 무시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녀가 몸을 일으켜 화장실로 가려는 순간 윤시혁이 그녀를 불러세웠다. “수아야.” 임수아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윤시혁은 냉정한 얼굴로 아무런 감정 없이 임수아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앞으로는 네 일에 간섭하지 않을 거야.” 그 말에 임수아는 잠시 멈칫했다. 그녀가 대답하기도 전에 윤시혁이 다시 말을 이었다. 그의 목소리는 아주 낮았고 잔뜩 쉬어있었으며 그의 말투에서 아무런 감정도 읽어낼 수 없었다. “어젯밤 일은 내가 사과할게. 내가 잘못했어.” 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임수아를 똑바로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이런 일은 다시는 없을 거야.” 그의 말을 다 듣고 난 임수아의 표정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그녀는 조용히 윤시혁을 바라보기만 했다. 한참이 지나서야 그녀는 옅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러신다면야 저는 좋죠.” 말을 마친 그녀는 바로 화장실로 들어갔다. 굳게 닫힌 화장실 문을 바라보는 윤시혁의 눈빛에는 이상한 감정이 깃들어 있었다. 그는 더 이상 임수아에게 과한 관심을 가져서는 안 됐다. 화장실 문을 닫고 임수아는 의자에 앉아 멍하니 있었다. 약간 창백해진 그녀의 얼굴로부터 그녀의 마음이 표현해낸 것처럼 차분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무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