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3화

겨우 잠이 든 하유민은 꿈속에서 누군가에게 쫓기며 수십 칼에 찔리는 악몽을 꾸었다. 악몽에서 깨어난 하유민의 등과 이마는 식은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망할 임수아!’ 다음 날, 그녀는 또다시 다크 서클을 안고 층계를 내려왔다.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임수아는 일찍 외출한 상태였다. ‘어젯밤 날 한밤중까지 날 괴롭힌 주제에 정작 본인은 상쾌한 얼굴로 외출하다니.’ 생각할수록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임수아는 안욱진과 함께 이 감독을 만나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일찍 집에서 출발했다. 안욱진은 임수아를 직접 이 감독의 집으로 데려갔다. “이 감독님, 오랜만이에요.” 안욱진이 먼저 인사를 건넸다. “안욱진 씨 왔나요?” 이승훈 감독은 안욱진의 어깨를 두드리며 그들을 환영했다. 인사를 나눈 후, 이 감독은 옆에 서 있는 임수아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 감독님, 안녕하세요.” 임수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했다. 이 감독은 임수아를 보자마자 감탄을 자아냈고 그녀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어보면서 고개를 끄덕이더니 입을 열었다. “닮았네요. 정말 닮았어요.” 이 말을 들은 안욱진이 반짝이는 눈빛으로 서둘러 물었다. “이 감독님, 누구를 닮았다고요?” 이 감독은 안욱진을 돌아보며 눈썹을 추켜올렸다. “안욱진 씨가 데려온 사람이 누굴 닮았는지 모를 리가 있나요?”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한마디 덧붙였다. “정연 씨 느낌이 좀 나는군요.” 정연은 바로 그 영화 캐릭터의 이름이었다. 임수아는 오늘 검은색 가죽 재킷에 꼭 끼는 검은색 가죽 바지를 입고 있었다. 길고 곧은 다리 아래에는 검은색 오토바이 부츠를 신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푸른색으로 염색한 프린세스 커트 머리에 몇 가닥의 작은 댄디 브레이드를 했다. 얼굴의 메이크업은 정교하면서도 당당하고 귀여운 분위기였고 눈꼬리가 살짝 올라간 아이라인은 그녀의 여우 같은 눈매에 야성미를 더했다. “오토바이 탈 줄 아세요?” 이 감독이 물었다. 임수아가 입을 열기도 전에 안욱진이 먼저 대답했다. “물론이죠! 이 감독님, 오늘은 오토바이를 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