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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5화

이혼을 결심한 상황에 그와 같은 공간에 머무르며 아침 식사까지 하는 건 송서아에게 꽤나 버거운 일이었다. 그녀가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침은 됐어요, 전... 조금 급한 일이 있어서요. 지금 가봐야 할 것 같아요.” 강정숙이 걱정스러운 말투로 송서아를 붙잡으려 했다. “그래도 밥을 먹어야 힘이 나죠, 뭐라도 좀 드시고 가세요, 사모님.” 하지만 송서아는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황급히 몸을 돌려 빠른 걸음으로 현관을 나섰다. 그녀의 발걸음에는 정리되지 못한 감정들이 고스란히 묻어 있었다. 송서아는 어젯밤 김원우의 차에 두고 왔던 유화 두 점도 잊지 않았다. 화폭을 조심스레 품에 안은 그녀의 손끝은 차가운 이성을 되찾은 듯 단단했다. 김원우가 눈을 떴을 때, 커튼 사이로 햇살이 스며들고 있었다. 하지만 송서아의 자리는 비어 있었다. 남자의 품에는 그녀가 남기고 간 희미한 향수 냄새만이 떠돌았다. 방 안에는 지난밤의 여운이 잔잔하게 남아 있었다. 그 흔적이 두 사람 사이에서 벌어진 일을 증명하고 있었다. 김원우가 미간을 찌푸리며 방 안을 몇 번이고 둘러보았다. 하지만 송서아의 그림자는 어디에도 없었다. 잠시 후, 강정숙이 송서아가 아침 일찍 떠났다는 소식을 전해주었다. 그제야 남자의 가슴속에 눌려 있던 무언가가 쿵 하고 떨어졌다. ‘왜 그렇게까지 서둘러 떠난 거지?’ 그렇다면, 어젯밤의 일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핸드폰을 꺼낸 김원우가 송서아에게 물음표 하나를 보냈다. 곧, 그녀에게서 답장이 돌아왔다. [정말 미안해요, 어젯밤에 술을 좀 과하게 마신 것 같은데 혹시라도 제가 원우 씨한테 무례한 행동을 했다면 부디 마음에 담아 두지 말아 줘요.] “...” 김원우가 말없이 그 문장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무례한 행동이라니...’ 남자의 눈동자가 서서히 식어갔다. ‘난 진심이었지만 서아에게는 하룻밤의 실수였던 건가.’ 가슴이 조여들었다. 김원우의 좁혀진 미간은 오랫동안 풀어지지 않았다. 그때, 갑자기 서현우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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