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2화
하지만 안시연은 달랐다. 아직 어렸기에 한창 놀려주기 재밌을 나이였다.
“제가 골라준 넥타이를 하고 윤정아랑 춤을 췄잖아요. 윤정아가 대표님께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는지 잘 알고 있으면서.”
역시나 안시연은 질투하고 있었다.
기분이 좋아진 박성준은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고 그녀의 기분을 살폈다.
“여보, 요즘 신 거 좋아해?”
안시연은 불쾌한 얼굴로 미간을 확 구겼다.
‘갑자기 먹을 거 얘기는 왜 하는 건데!'
그녀는 잔뜩 토라져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
“안 좋아해요!”
“직원과 춤을 추는 건 장풍 그룹의 오랜 전통이야.”
박성준은 그녀의 앞에 몸을 굽히고 앉아 차근차근 설명해주었다. 행여나 그녀가 듣지도 않고 가버릴까 봐 두 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
“하지만 다음 해부터는 이 전통을 내가 없애버릴 거야. 춤추는 게 이젠 너무 식상해졌거든. 그럴 바엔 차라리 재밌는 것을 만드는 게 더 낫잖아. 직원 모두가 참여할 수 있게 말이야. 장풍도 이젠 시대를 따라가야지.”
박성준은 이내 그녀의 손을 잡으며 다정하게 말했다.
“시연아, 내가 한 말이 맞아?”
왜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박성준의 설명을 들으니 그녀는 가슴이 간질거렸다. 그는 아주 인내심 있게 차근차근 오늘의 일에 관해 설명해주고 있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녀를 달래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표정은 여전히 담담했고 어투에선 여전히 질투가 묻어나왔지만 그녀만 눈치채지 못했다.
“마음대로 하세요. 제 회사도 아닌데 저랑 무슨 상관이 있겠어요. 어쨌든 앞으로 대표님한테 절대 선물하지 않을 거예요. 누구랑 춤을 추든 마음대로 하세요.”
“아, 내가 다른 사람이랑 춤을 춰서 화가 난 거구나.”
“아니에요.”
안시연은 저도 모르게 큰 목소리로 부정했다.
“제가 화가 난 건. 대표님이 제가 사 준 넥타이를 하고서 윤정아와 다정하게 춤을 춰서 그런 거예요. 윤정아가 어떤 마음인지 분명 알면서도...”
안시연의 시선이 자신을 손을 맞잡을 그의 손으로 향했다. 고개를 들어 다시 그의 잘생긴 얼굴을 보니 짜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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