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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4화

권승준은 소이현의 눈을 바라보다가, 대답 대신 시선을 그녀의 뒤로 보냈다. 멀리 떨어진 강도훈을 바라보았다. 그 눈빛은 섬뜩할 만큼 차가웠다. 영역을 침범한 상대를 마주한 순간의 경계가 서려 있었다. 물러설 수 없는 적대감을 내비쳤고 언제든 물어뜯겠다는 경고가 담겨 있었다. 그러나 이내 그 시선을 거둬들였다. 권승준은 고개를 돌려 다시 소이현을 보았다. 다시 그녀를 마주한 눈에는 이미 아무런 흔적도 남아 있지 않았다. 목소리 역시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냉담하고 절제된, 늘 그렇듯 거리감 있는 톤이었다. “준비해요, 인천으로 돌아갑니다.” 소이현은 잠시 전까지만 해도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 고민하고 있었다. 하지만 더 고민할 필요는 없어졌다. 권승준은 로비 소파에 앉아 소이현이 짐을 정리하기를 기다렸다. 조금 전 그 살기 어린 시선을 제외하면 그는 강도훈에게 단 한 번도 눈길을 주지 않았다. 강도훈 역시 자리를 뜨지 않았다. 레스토랑 쪽에 앉아 있었고 얼굴에는 짙은 그늘이 내려앉아 있었다. 주변 손님들은 두 사람을 의식한 듯 일부러 멀찍이 돌아갔다. 정균성은 권승준을 봤다가 다시 강도훈을 봤다. 그렇게 몇 번이나 반복했다.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공기가 너무 서늘해서 견디기 힘들었다. 그러나 권승준에게 직접 묻는 건 엄두도 나지 않았다. 건드리면 바로 불이 붙을 것 같았다. 정균성은 여진성 쪽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가, 목소리를 낮췄다. “두 분이 원래 저렇게 자주 부딪히십니까?” 여진성이 짧게 답했다. “아닙니다.” “그러면 왜 분위기가 이렇게 된 거죠?” “그동안 서로 만날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정균성은 잠시 망설이다가 물었다. “오늘 이 상황은 소 비서님 때문입니까?” “그건 아닙니다.” 여진성은 전혀 아니라는 듯 답했다. 권승준이 소이현에게 개인적인 감정을 품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설령 이번 일이 소이현과 관련이 있다고 해도, 개인적인 감정의 문제라기보다는 강도훈을 경계하는 쪽에 가까웠다. 소이현은 권성 그룹의 직원이었다. 그리고 권승준은 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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