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7화

나는 멍하니 서 있었다. “그 환자는 나이도 많았고 이 일의 책임이 전부 진 선생한테만 있는 건 아니야. 사실 나도 잘못했지. 난 네가 진심으로 환자를 아끼고 실력도 뛰어난 의사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믿었고 환자를 무사히 퇴원시킬 거라 기대했지. 결국 내가 너무 너를 믿은 게 문제였네.” 과장은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더니 말했다. “유가족의 격한 반응이 더 큰 문제로 번지기 전에... 오늘부로 진 선생은 직무에서 배제될 거야.” 붉게 충혈된 내 눈을 보며 과장은 냉정한 얼굴로 단호히 말했다. “우리 병원 곤란하게 만들지 마. 진 선생.” 나는 천천히 숨을 내쉬었고 결국 이 모든 상황의 본질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결국 날 내보내고 싶은 거잖아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꼬리를 올렸다. “알겠어요. 나가 줄게요.” 그동안 나는 수많은 자료를 참고하고 예전 기록까지 분석해 가며 철저히 준비해 왔다. 이번에 처방한 약엔 문제 될 게 없었다. CT 결과도 내 컴퓨터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환자의 뇌출혈은 확실히 흡수되고 있었고 상태가 안정되기만 하면 3일 안에 퇴원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이런 일이 벌어졌다. 과장의 무표정한 얼굴을 마주하고서야 나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노인이 죽은 건 사실이고 나는 그 환자의 주치의였다. 책임은 결국 나에게 있었다. ‘내가 끝까지 고집만 부리지 않았더라면... 다른 선택지를 열어뒀더라면...’ 이 비극은 막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고개를 숙인 채 나는 원장실로 향했다. 원장은 비서의 품에서 팔을 빼며 냉소적으로 날 바라봤다. “진 선생, 설마 부탁하러 온 거야? 소용없어. 이번 사건은 너무 심각해. 널 이 병원에 더 두는 건 불가능해.” 나는 고개를 저었다. “부탁하러 온 게 아닙니다.” 그러자 원장은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래? 그럼 뇌물이라도 주려고 그러는 거야?” 나는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가 조용히 숨을 내쉬었다. “사직하겠습니다.” 예전 내가 원장의 장인 회사와의 협력을 거절한 이후 원장은 줄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