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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1장

나는 할머니의 호의를 거절하기로 했다. 할머니 친구를 만나서 기뻤지만, 영자 할머니한테서 할머니와 관련된 이야기를 듣고 싶었지만,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았다. 나는 할머니의 호의를 정중히 거절한 채 문을 닫고 방안을 들여다보았다. 대충 사람 살 만한 곳으로 정리하긴 했지만, 아직 물과 전기가 없었다. 시간을 확인해 보니 아직 이른 시간이라 걸어서 한 시간 정도의 거리에 있는 읍내로 가기로 하고 현금을 챙겼다. 읍내에 도착해서 인터넷으로 전기세와 수도세를 납부하는 곳을 검색해 보았지만 조회 불가였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지나가는 착해보이는 아줌마한테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이제 겨우 주소를 물어보고 목적지로 향하려고 하는데 정서현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아 발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돌아보았다. 다 모르는 얼굴이라 그만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 ‘하하. 내가 왜 이런 착각을 하는거지?’ 떠날 때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았고, 할머니와 관련된 일도 언급한 적이 없기 때문에 그녀가 이곳에 올 리가 없었다. 나는 뒤돌아 계속해서 목적지로 향했다. 하지만 차가 오가는 길 맞은편에 있던 정서현은 나한테 눈이 팔려 채소 파는 할아버지와 부딪히고 말았다. 읍내 사람들은 착했기 때문에 정서현과 부딪혀 넘어진 할아버지는 웃으면서 괜찮다고 했다. 미안하기 그지없는 정서현은 연세 많은 할아버지께서 다치셨을까 봐 병원으로 가자고 했다. 이런 소란때문에 사람들은 주위에 몰리게 되었다. 아침 사러 다녀온 윤도하는 정서현이 포위된 것을 보고 깜짝 놀란 나머지 손에 쥐고 있던 아침밥마저 떨어뜨린 채 사람무리를 파헤치면서 뛰어들어갔다. “서현아, 왜 그래?” “도하야, 얼른 와봐.” 정서현이 윤도하를 향해 손짓했다. “할아버지 주축 좀 해드려. 아까 수아 닮은 사람을 보고 쫓아가다가 할아버지랑 부딪혔거든.” “괜찮아.” 윤도하는 자책하고 있는 정서현을 위로했다. “내가 왔잖아. 괜찮아. 일단 병원으로 모시고 가자고.” 윤도하는 바로 할아버지를 부축했다. 얼마 가지도 못하고 윤도하는 사람이 붐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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