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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장

정서현의 말에 나는 얼굴을 찡그렸다. 나는 윤도하와 전혀 친하지 않고 평소에 연락도 하지 않았다. 그들과 바다에 나갈 줄도 몰랐는데 윤도하가 정서현에게 미리 말할 수 있었을까? 머릿속에 불쑥 떠오른 답이 있긴 했지만 나는 그런 생각을 하기 싫었다. 나는 고개를 돌려 정서현을 바라보았다. “윤도하가 언제 너에게 말했어?” “수요일,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을 때 네가 돌아온다고 해서 몰래 돌아왔어. 카톡을 보내려고 했는데.” 정서현은 눈살을 찌푸리고 말을 이었다. “윤도하가 네가 나를 갑자기 만나면 깜짝 놀랄 거라고 해서 안 했어.” 2025년 1월 1일은 마침 토요일이고 김정태가 나에게 전화한 날이다. 김정태와 고서준이 미리 짠 것일까? 나는 시선을 돌려 고서준을 바라보았다. 지난번 그의 아파트에서 기분 나쁘게 헤어진 후 보름 만에 처음으로 고서준을 만났다. 선글라스를 끼고 입술을 꾹 다문 채 얼굴의 아랫부분만 살짝 드러낸 그는 낯선 사람은 다가갈 수 없는 차가운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블랙으로 덮인 블레이저 슈트는 그에게 시크함을 더했다. 내가 바라볼 때 윤도하가 그에게 무슨 말을 하고 있었는데 그는 고개를 돌려 윤도하와 말을 하며 나에게 눈길조차 주기 싫어하는 것 같았다. ‘괜찮아.’ 오늘 그가 한 일이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를 겨냥하지 않는 한 나는 필요 없는 존재가 되어 무사히 이틀을 보내려 했다. 부두 옆에는 요트들이 주차되어 있었다. 우리는 모두 여덟 명인데 이 요트들은 다 실을 수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중형 크루즈 한 척이 다가왔다. 배에 오른 후, 윤도하는 우리에게 숙소를 배정했다. 나와 정서현이 같은 방을 쓰고 김수연은 다른 명문가의 딸과 같은 방을 썼으며 윤도하는 고서준과 같은 방을 쓰고 나머지 남자 두 명이 한 방을 썼다. 경성시에서 은산시까지 비행기로 3시간 걸렸고, 공항에서 1시간 가까이 걸리는 거리라 지금 거의 9시 30분이었다. 날이 어두워지자 웨이터가 저녁 식사를 준비해 왔다. 입맛이 없어서 먹고 싶지도 않았고 먹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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