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6화
문을 열고 서재 안으로 들어서자 묵직한 책 향기가 진하게 밀려왔다.
임이서의 눈 앞에 펼쳐진 건 전부 목제로 된 책장과 그 안에 가지런히 정돈된 책들이었다.
꽤 넓은 서재 안에서는 발을 뗄 때마다 희미한 메아리까지 울리는 듯했다.
전체적으로 서재에서는 고귀하고 근엄한 분위기가 풍겨왔다.
임이서는 무의식적으로 발소리를 죽이며 넓은 목제 책상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사실 문이 열리는 순간, 연시윤은 서재 안으로 들어온 사람이 엄 비서가 아니라는 사실은 단번에 눈치챘다.
그는 다급히 손에 쥐고 있던 서류를 덮으며 두 손을 책 위에 올려놓은 채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시윤 씨, 아직은 좀 더 쉬어야죠.”
임이서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깊고도 냉철한 연시윤의 검은 눈동자는 임이서를 발견하는 순간, 서서히 부드럽게 풀렸다.
문밖에서 이 모든 걸 다 지켜보던 엄 비서는 괜히 씁쓸해져 마음속으로 눈물을 삼켰다.
‘도련님은 날 한 번도 저렇게 다정한 눈으로 봐주신 적이 없었는데... 에휴’
연시윤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 서류 안 봤어.”
그 말을 하면서도 양심에 찔린 건지 임이서의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시선을 창밖으로 돌려버렸다.
깊고도 매혹적인 눈동자가 한순간에 흐트러져 버렸다. 임이서는 고집불통 연시윤의 모습이 은근 귀여워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가까스로 참았다.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또 서류 보다가 들키면 오늘은 한 시간 일찍 자야 해요.”
연시윤은 잠드는 걸 유독 힘들어하기도 했고, 잠에 드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따라서 그에게 일을 못 하게 하는 것은 꽤 힘든 벌이었다.
하지만 방법이 없었다.
지금 연시윤은 환자였고, 임이서는 그의 의사였다.
그리고 임이서가 이렇게 챙겨주는 게 은근히 좋았다. 그 관심과 걱정이 어린 시절에 결핍됐던 애정의 빈 공간을 채워주는 것 같아 마음이 포근했다.
그래서 임이서의 말이라면 뭐든 다 따랐다.
자연스레 임이서의 말투도 점점 더 대담해졌지만 그녀는 진심으로 그의 건강을 걱정하고 있었다.
연시윤은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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