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이 흐릿하던 예선은 살을 에는 듯한 서늘함을 느끼며 온몸을 부들부들 떨다가 결국 추위에 깨어났다.
어렴풋이 보이는 그녀의 눈앞에 사람 그림자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것을 느끼며 힘겹게 머리를 들어보았다.
음흉한 미소를 띤 채 도도하게 걸어오는 얼굴이 보였다.
영내문의 모친이었다.
예선은 눈을 감고 자신이 쓰러지기 직전의 일을 떠올렸고 천천히 다시 눈을 떴다.
“역시 당신이었군요.”
예선은 심호흡을 하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녀가 애써 몸을 일으키려고 하자 등 뒤에서 맹렬한 기운이 느껴지더니 말할 수 없는 고통이 온몸을 전율시켰다.
“아.”
신음 소리를 내며 몸을 한껏 움츠린 예선은 온몸을 뒤덮은 한기에 벌벌 떨면서도 굴하지 않고 몸을 일으키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녀가 겨우 몸을 일으키자 영내문의 모친은 아무 말 없이 그녀에게 다가와 세차게 뺨을 때렸다.
“천한 년! 이제야 아픈 걸 알겠어? 감옥에 있는 내 딸은 지금 너보다 백 배 천 배는 더한 고통 속에 있다구! 알기나 해?”
영내문의 모친은 발을 들어 쓰러진 예선을 향해 다시 한번 발길질을 하며 험악한 미소를 지었다.
“예선, 너랑 소만리는 스스로가 아주 총명하다고 생각했겠지. 우리 내문이를 함정에 빠뜨려 자백하게 만들고 결국 한 마디 변명도 못하고 감옥으로 보냈지!”
영내문의 모친은 예선의 멱살을 잡았고 부들부들 치를 떨며 말했다.
“25년이야. 25년. 한 사람의 일생에서 25년이란 세월이 얼마나 긴지 알아? 우리 내문이가 25년 후 감옥에서 나왔을 때 내가 살아있을지 어떨지도 모른다구. 그렇지만 자신을 모함한 사람과 자신이 사랑한 사람이 결혼해서 알콩달콩 사는 꼴을 보면 우리 내문이가 얼마나 고통스럽겠어!”
영내문의 모친은 포효하며 예선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이 천한 년! 내 딸을 그렇게 괴롭혀 놓고 네가 편하게 살 줄 알았어? 절대 그렇게 둘 수 없지!”
영내문의 모친은 귀신에 홀린 사람처럼 저주를 퍼부었고 옆에 서 있던 건장한 남자 두 명에게 명령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