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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진서연은 이번에 아이를 유난히 힘들게 낳았다. 기나긴 고통 끝에 자연분만에서 제왕절개로 겨우 아기를 낳은 뒤, 진서연은 평생 이 아이만을 제대로 사랑하며 지키겠다고 마음을 다졌다. 그런데 수술실에서 나와 눈을 뜨자 아기가 사라졌었다. 이현준은 이미 아기를 남에게 넘겨버렸다. 진서연은 상처에서 느껴지는 통증을 참으며 몸을 일으키면서 물었다. “아기는 어디 있어? 내 아기를 어디로 보낸 거야!” 이현준은 잇몸을 드러낸 채 분노로 떨고 있는 진서연을 보더니 인내심이 바닥났다. “왜 또 그 얘기야? 아까도 말했잖아. 아기는 태어나자마자 예린한테 보냈어.” 그러자 진서연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진서연은 떨리는 목소리를 누르지 못하고 거의 비명 같은 울분을 쏟아냈다. “내가 허락했어? 내가 뭐라 그랬어? 내 아기를 남에게 주겠으면 나부터 죽이라고 했지! 내 말을 허튼소리로 들은 거야?” 이틀 동안 밤낮으로 진통 때문에 진서연은 기력이 다 없어진 상태였다. 진서연은 허벅지를 사정없이 꼬집으며 통증을 겨우 버텼다. 그러자 이현준이 오히려 목소리를 높였다. “진서연, 철 좀 들어. 이미 다 얘기했잖아. 왜 계속 소란을 피우는 거야? 우리 이씨 가문이 예린한테 진 빚이 있어. 그러니 아이 하나로라도 보상해야 해. 현민이가 암으로 세상을 떠났고, 주예린은 현민의 약혼녀였어. 주예린을 평생 혼자 두게 할 수는 없잖아?” 그 말을 하다가 생각이 난 듯, 이현준은 한결 부드러운 어조로 병상에 걸터앉아 달래듯 말했다. “네가 힘든 건 알아. 사실 나도 마음 아파. 그래도 사람은 은혜를 알아야지. 주예린은 이씨 가문에 남아 부모님을 모시고, 다른 데로 시집가지도 않았어. 네 몫까지 며느리 일도 도왔어... 그런데 아이 하나 보내주면 어때? 서연아, 우리는 앞으로 언제든지 아이를 더 낳을 수 있어. 그러니 이 아기는 제수씨에게 주자. 예린도 그 정도 보상은 받아야지. 우리 자기도 그렇게 속이 좁은 사람이 아니잖아.” 진서연은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주예린이 왜 결혼을 미루고 이씨 가문에 붙어 있는지는 이현준만 빼고 모두가 알고 있었다. ‘정말 몰라서 저러는 걸까?’ 진서연은 눈앞의 너무 익숙한 나머지 더 낯설어진 이현준을 바라보다가 발끝에서부터 냉기가 치밀어 오르는 걸 느꼈다. 연애 5년, 결혼 2년이었으니 누구보다 가까워야 할 사이였다. 그런데 지금 진서연의 눈에는 예전의 이현준이 보이지 않았다. 예전에 이현준이 진서연에게 했던 사랑 고백은 오진시 전체를 떠들썩하게 했다. 서대시에서 온 평범한 여대생에게, 오진시 토박이 재벌 가문의 장남이 고백했다. 모두가 장난으로 끝날 거라 여겼다. 하지만 이현준은 진서연한테 꼬박 2년을 매달렸고 수없이 거절당해도 포기하지 않았다. 진서연의 취향을 모조리 외우고 하나하나 배워가며, 밤을 새워도 대화가 끊기지 않게 만들었다. 그런 정성에 진서연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진서연은 이현준의 청혼을 받아들였고, 평생을 함께 살겠다고 결심했다. 그 결심 때문에 진서연은 가족과의 연락마저 끊었다. 연애에서 결혼으로, 학생에서 집안 사업을 잇는 사람으로 되는 그 시간 내내 이현준은 한결같이 진서연만을 향했고 말 그대로 진서연을 하늘로 떠받들었다. 이현준은 늘 진서연이 자신의 마지막 선이자 건드릴 수 없는 경계선이라고 말했었다. 이현민이 세상을 떠나고, 주예린이 홀로 남겨진 뒤에야, 그 경계선이 얼마나 쉽게 무너지는지 진서연은 알게 되었다. 갑자기 요란하게 울리는 전화벨이 두 사람 사이의 뒤틀린 분위기를 깨뜨렸다. 이현준은 허둥지둥 전화받더니 두어 마디 하고는 황급히 돌아서며 말했다. “제수씨가 처음으로 애를 길러서 많이 서투르대. 지금은 곁에 있어 주는 사람이 필요하대. 나라도 먼저 갈게. 필요한 건 아주머니한테 말해. 아주머니가 다 챙겨줄 거야.” 진서연은 상처가 벌어지는 듯한 통증을 참으며 몸을 일으키고 이현준의 소매를 붙들더니 목이 갈라지도록 쥐어짜듯 말했다. “이현준, 당장 아이를 데려와. 안 그러면 우리는 이혼이야.” 진서연은 이혼이 최후의 경고라고 믿었다. 그러나 이현준은 비웃음을 흘리며 침대 머리맡의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그런 막장 소설은 좀 그만 봐. 난 너의 유일한 버팀목이야. 나 없이 뭘 하겠어? 서연아, 너도 내 수단 알지? 그러니 나를 너무 몰아붙이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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