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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진서연은 그때 오진시에 남아 이씨 가문의 며느리가 되겠다고, 평생 후회하지 않겠다고 가족에게 맹세했다. 하지만 지금의 진서연은 후회했다. 주예린을 처음 본 건, 진서연과 이현준의 결혼식 날이었다. 주예린은 하얀색의 레이스 롱드레스를 입고 정교한 메이크업을 한 채, 정작 신부보다 더 신부 같은 차림새였다. 그 순간 진서연은, 이 사람은 문제를 일으키러 온 거라고 직감했다. 그리고 진서연의 직감은 틀리지 않았다. “네. 동의합...” 진서연이 말도 채 꺼내기 전에, 어디선가 훌쩍이는 소리가 번졌다. 사람들의 곱지 않은 시선 속에서 주예린은 머뭇머뭇 울먹였다. “죄송해요.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에요. 방금... 현민 오빠랑 제가... 정식으로 올린 결혼식이 없었다는 게 떠올라서요. 아마 저는 평생 제 결혼식을 못 올리겠죠. 아버님, 어머님... 제발 오해하지 마세요. 저는 그냥 형님처럼 완전한 결혼식이 부럽다고 한 것뿐이에요. 저도... 만약에 저도...” 그제야 진서연은 이현준에게 암으로 세상을 떠난 남동생 이현민이 있었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이현민의 마지막 곁을 지킨 약혼녀 주예린은 그 순간 이씨 가문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 되었다. 시부모는 주예린을 끌어안고 함께 울었고, 진서연에게 단호한 말투로 명령했다. 단상에서 내려와 드레스를 주예린에게 입히라고 했고 이현준을 이현민으로 생각하고 주예린의 한을 풀어주라고 말했다. 진서연은 당연히 그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때만 해도 이현준은 진서연의 편에 서서 부모와 맞섰다. 결국 식장은 아수라장이 되었고, 주예린은 울다가 실신해 이씨 가문의 별장으로 실려 갔다. 오랫동안 준비해 온 결혼식은 그날 이후 진서연의 가슴에 비수처럼 박혔다. 그래도 진서연은 남편인 이현준이 끝까지 자기 편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결혼 후 딱 2주, 같은 장소에서 이현준과 주예린의 결혼식이 더 성대하게 열렸다. 결혼식 전날 밤, 이현준은 진서연에게 수면제를 진통제처럼 들이밀었다. “서연아, 자, 어서 먹어. 눈 뜨면 다 끝나 있을 거야. 그냥 내 동생의 결혼식이라고 생각해. 우리 이씨 가문이 예린에게 빚진 결혼식이야. 우리가 미안한 거잖아.” 하지만 말도 안 되는 변명은 전혀 진서연의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가지 마, 가지 말라고!’ 진서연은 마음속으로 미친 듯이 외쳤지만 수면제의 약효는 너무 강했기에 입을 떼기도 전에 깊이 가라앉았다. 오직 진서연의 귀 끝에만, 억지로 달래는 이현준의 목소리가 맴돌았다. “서연아, 내 마음에는 너 하나뿐이야. 하지만 내가 불효자가 되는 건 안 돼. 난 현민의 형이니까...” 눈을 다시 떴을 때, 진서연은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차라리 보지 않은 게 나았다. 그런데 들려온 건 세상에서 가장 듣기 싫은 목소리였다. 수십억 원대 드레스를 입은 주예린이 반짝이는 눈으로 소리쳤다. “형님, 드디어 깨셨네요! 형님을 꼭 모시려고 결혼식 시간을 밤으로 옮겼어요. 우린 한 가족이잖아요. 형님이 우리 결혼식을 어떻게 안 오세요?” 그러자 진서연도 그제야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았다. 이현준은 아까 분명히 진서연에게 수면제를 먹였다. 그런데 가족이라면 반드시 참석해야 한다는 주예린의 말 한마디에, 이씨 가문 사람들은 의사를 불러 진서연에게 잠에서 깨어나는 주사까지 맞게 했다. 그 결과, 진서연은 자기 남편과 다른 여자의 결혼식을 눈뜨고 지켜봤다. 선서, 키스, 하객들의 축복까지 모조리 직관했다. 그리고 지금은 주예린이 아이가 필요하다고 한 그 한마디 때문에 이현준은 진서연의 열 달을 통째로 빼앗아 간 아이를 들고 갔다. ‘대체 무슨 권리로 이러는 거야? 이씨 가문이 주예린에게 진 빚이라면, 왜 내 아이로 갚으려 드는 거야?’ 진서연은 이를 악물고 무통 주사 펌프를 떼어내고 이현준을 뒤쫓았다. 일단 아이부터 찾아야 했지만 이현준의 걸음은 너무 빨랐다. 제왕절개의 상처가 터지며 진서연은 뒤척이다 바닥에 고꾸라졌다. “이현준!” 진서연은 이름을 부르며 손을 내밀었지만 이현준은 돌아보지도 않았다. 이게 진서연에게 얼마나 큰 고통인지 알면서도 이현준은 주예린의 말대로 해야 한다고 믿었다. 이미 아이를 이현민과 주예린의 호적으로 넘기겠다고 약속했으니 입 밖에 낸 약속을 함부로 어길 수는 없었다. ‘어차피 아이는 하나일 뿐이고 앞으로 서연과 함께 또 낳으면 되겠지.’ 지금은 진서연이 일시적으로 흥분했을 뿐이고 다시 임신하면 조용해질 거라고 이현준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때 뒤쪽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이현준은 진서연이 자신을 붙잡으려 요란을 떠는 거라 여겼고 일부러 무시했다. 병원의 바닥에는 피가 널리 퍼졌다. 진서연은 아슬아슬하게 목숨을 붙잡았고 눈을 떴을 때 곁에는 간호사뿐이었다. 쓴웃음을 흘리던 진서연은 간호사에게 부탁해 캐리어에 든 가방을 가져오게 하고 휴대폰을 꺼내 충전해 전원을 켰다. 핸드폰이 켜진 순간에 수백 통의 메시지가 밀려들었다. 하지만 진서연은 아무것도 읽지 않은 채, 익숙하면서도 멀게 느껴지는 번호를 눌렀다. “오빠... 나, 정말 후회돼. 집에... 돌아갈 수 있을까?” 그러자 긴 정적이 흘렀다. 진서연의 심장이 목으로 튀어나올 것 같을 때, 전화기 너머로 한 남자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집으로 돌아오겠다고? 서연아, 그러면 네 마음이 편할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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