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화
진서연은 포기하고 싶지 않았지만 지금 그녀에게는 방법이 없었다.
가족이 서대시에서 오진으로 들어오려면 비자 발급만 7일이 걸렸다. 일주일이 지나야 떠나든, 맞서든 할 수 있었다.
산후조리는커녕 진서연은 그 일주일조차 버티기 힘들었다.
먼저 젖이 차기 시작했고 아기가 빨아주지 못하니 금세 유선이 막히고 열이 올랐다.
진서연은 간호사에게 휴대폰을 빌려 이현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열댓 번을 걸고서야 겨우 연결됐다.
수화기 너머로 돌아온 건 이현준의 대수롭지 않은 질책뿐이었다.
“서연아, 전화를 이렇게 하면 뭐가 달라져? 내가 뭐라 그랬어. 갓난아기는 지금 주예린의 곁을 못 떠나. 네 뱃속에서 나온 아기면 뭐 해, 이럴 때 질투 질이나 하고 말이야!”
진서연이 말 꺼내기도 전에 전화는 가혹하게 끊겼다.
간호사가 안쓰럽다는 듯 바라보자, 진서연은 마음이 씁쓸해졌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입을 열었다.
“수유를... 끊을게요.”
약이 들어가자 몸의 고통은 조금 누그러졌다. 그런데 귀에는 자꾸 아기 우는 소리가 맴돌았다.
진서연은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아기는 내 젖을 한 모금도 못 먹었어. 나는 좋은 엄마가 아니었어. 아기를 지키지도 못하고... 괜찮아, 아가야, 엄마가 몸을 좀 추슬러서 나중에 꼭 널 데려올게.’
이를 악문 채 그렇게 다짐하던 순간, 팔에 따끔한 통증이 번졌다.
고개를 들자 주예린이 아기를 안고 서 있었고 눈에는 노기가 가득했다.
“형님, 왜 주사까지 맞으면서 젖을 끊어요?”
‘내 아기야!’
진서연의 눈이 번쩍 뜨였다. 팔에서 피가 스미는 것도 개의치 않고, 상처가 다시 벌어질 위험도 무릅쓰고 몸을 일으켰다.
“예린 씨, 내 아기를 돌려줘요!”
이현준은 없었고 주예린이 혼자 아기를 데려온 것 같았다.
주예린은 그칠 줄 모르는 아기의 울음소리에 진저리가 났지만, 아기만이 이현준을 붙들 유일한 끈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손에 아기가 있어야 이현준이 곁에 남아 있을 것이다.
핏기 하나 없는 진서연의 얼굴을 보며, 주예린은 우쭐해졌다.
“뭘 돌려달라는 거예요? 이제 이 아기는 제 아기예요. 현준 오빠가 제 손에 직접 안겨 줬거든요. 제가 조금만 울면 아기까지 내주는데, 오빠가 형님이랑 이혼하고 나랑 결혼해 달라고 하면... 안 하겠어요?”
진서연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고 오직 아기만 바라보았다.
처음 태어났을 때 보았던 붉고 사랑스러운 얼굴이 아니었다.
하루도 안 지났는데, 아기는 누렇게 떴고 입술이 터 있어 말라붙었다. 힘없이 두 번 울더니 그대로 까무러쳤다.
“주예린!”
진서연이 이를 갈며 달려들자 주예린이 먼저 몸을 뺐다.
그러고는 한발 물러서서 아기를 내던지듯 팽개치고, 자신은 힘없이 고꾸라지며 비명을 질렀다.
그 순간, 진서연의 몸이 머리보다 먼저 움직였다.
아기가 공중에 뜬 그 순간, 진서연은 본능대로 손을 뻗어 안아 올렸다. 상처가 다시 찢어지는 고통 따위 느낄 겨를이 없었다.
진통제 주입 펌프가 진서연의 몸에 달렸는데, 그 동작 때문에 바늘이 통째로 빠져버렸다.
그러자 피가 넓게 번졌지만 진서연은 아무 느낌도 없었다.
대신 진서연은 안도의 한숨만 내쉬었다.
주예린이 멀리 던지지 않아 다행이고 자신이 제때 받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 이현준이 들어왔다.
진서연은 아무리 그래도 아기 아빠인 이현준을 보자 어쩌면 한 줄기 희망이 보였다.
하지만 다음 순간, 이현준의 목소리가 얼음장처럼 떨어졌다.
“진서연, 넌 도대체 언제까지 이 난리를 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