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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문밖에서 이현준의 욕설이 들려왔다. 이현준은 곧장 주예린에게 달려가 그녀를 번쩍 안아 올리며 다급하게 소리쳤다. “예린아, 안 다쳤지? 현민한테 내가 널 지킨다고 약속했어. 그러니 넌 절대 다치면 안 돼!” 주예린은 고개를 저으며 한껏 서러움을 얹었다. “현준 오빠, 저는 그냥 아기한테 모유 좀 먹이려고 했을 뿐이에요. 아기가 계속 울고 젖병을 거부하니까... 어쩔 수가 없었어요. 근데 형님이 벌써 마음을 돌려서 젖을 끊었다니, 그건 생각지도 못했어요. 형님이 저를 밀치면서 제 아기를 빼앗아 가겠다고, 심지어... 심지어...” 주예린은 말끝을 흐리며 이현준의 품에 얼굴을 묻히고 흐느꼈다. 그러자 이현준은 차갑게 눈을 들어 진서연을 내려다봤다. “심지어 뭐가 어쨌다고? 예린아, 나한테 다 말해. 내가 널 지켜줄 거야.” 한참을 머뭇거리던 주예린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아기를 차라리 떨어뜨려 죽이는 한이 있어도 저한테는 못 넘긴다고 했어요. 현준 오빠, 다 제 잘못이에요. 제가 못나서 현민 오빠의 아이를 갖지 못했고, 제가 못나서 형님한테 아기까지 빼앗겼어요. 그런데 형님이 이렇게까지 모질 줄은... 호랑이도 제 새끼는 안 문다잖아요. 형님, 아기는 형님이 10개월 동안 뱃속에 품고 낳은 아이잖아요. 어떻게 그걸 떨어뜨려 죽인다는 말을...” 이현준은 믿기지 않는다는 시선으로 바닥에 주저앉은 진서연을 쏘아보았다. ‘그래, 원래 저런 성격이었지. 자기 것이 아니면 다 부숴 버렸었지.’ ‘좋아. 넌 늘 그랬지.’ 이현준은 주예린을 한쪽에 조심스레 내려놓고 성큼성큼 진서연의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더니 아기가 울어대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진서연의 품에서 아이를 거칠게 낚아챘다. 그러자 진서연은 두 손이 축 늘어졌다. 아이를 빼앗겠다며 이현준이 그녀의 손목을 비틀어 떼어냈기 때문이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현준은 날카롭게 진서연을 내려다보면서 낮은 목소리로 차갑게 명령했다. “사과해. 예린이하고 아기한테 당장 사과해.” “무슨 자격으로 나보고 사과하라는 거야?” 진서연은 쉬어가는 목소리로 가까스로 말했다. 그제야 이현준은 아래를 자세히 보았다. 제왕절개를 했던 자리가 터져 피가 번지고 있었다. 눈으로 보기에도 정말 참혹했다. 이현준의 얼굴에 잠깐 연민이 스쳤다. 한숨을 짧게 내쉰 뒤 쭈그려 앉아 진서연과 눈을 맞췄다. “아까까지 옆 병실에서 예린이랑 아기는 멀쩡했어. 여기 와서 둘 다 다쳤지. 그러니 내가 의심할 수밖에 없잖아. 서연아, 아기를 방금 낳고 나면 호르몬이 급격히 떨어져. 지금은 네가 예민해서 그래. 그러니 더 이상 나도 따지지 않을게. 사과하면 간호사를 불러 네 상처부터 처리하게 해 줄게.” 진서연은 입꼬리를 비틀며 눈물을 흘렸다. “이현준, 넌 내 남편이야. 그런데 이렇게 앞뒤 가리지도 않고 나보고 사과하라고? 내가 사과하지 않으면 어쩔 건데?” 그러자 이현준의 표정이 굳었다. 벌떡 일어서더니 사람을 불러 병실 문을 지키게 했다. “이래도 사과 안 할 거야? 네가 정신이 들 때까지 아무도 네 상처에 손대지 못하게 할 거야.” 이현준은 진서연이 예전처럼 곧 무너져 미안하다고 하길 기다렸다. 이런 일은 처음이 아니었다. ‘매번 세상이 끝난 듯 버티다가도 결국은 나한테 고개를 숙였잖아.’ 이번 일은 더 심한 일이었지만 막 아이를 낳은 진서연을 봐서 이현준은 그래도 한 번 진서연에게 기회를 주기로 생각했다. 한쪽에 앉아 있던 주예린이 병실 쪽을 향해 의기양양하게 눈썹을 치켜세웠다. 그런데 진서연은 눈을 감고 그대로 바닥에 누웠다. 진서연은 절대 사과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다만 지금은 더 이상 맞서 싸울 기력이 남아 있지 않았을 뿐이었다. 진서연은 몸이 너무 아팠다. 찢어진 절개 부위, 주삿바늘에 뜯긴 혈관, 그리고 이미 가루가 되어버린 마음까지 전부 아파서 죽을 것만 같았다. “현준 오빠, 오늘 우리랑 함께 있어 줄 거죠? 산후도우미 같은 외부인이 아기를 보는 건 영 못 믿겠어요. 그러니 오빠가 같이 있어 줄 수 있어요? 정말이에요? 그럼 형님이 화내는 거 아니에요? 어차피 오늘 밤은 우리가 한 침대에...” 주예린과 이현준의 목소리는 점점 멀어졌다. 진서연은 참 한심하게도 이런 생각이 스쳤다. ‘오빠가 데리러 온다고 해도... 나는 아마 못 버티고 그전에 죽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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