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화

“엄마, 역시 엄마 말이 맞았어요. 서로에 대한 믿음을 무너뜨려야 저 두 사람을 떼어놓을 수 있어요.” 온서진의 목소리였다. 평소 부드럽고 애교 섞인 음성은 사라지고 음산하면서도 끈적거리는 뱀처럼 교활한 계산이 배어 있었다. “남자들은 밖에서 딴짓하는 걸 들키는 걸 가장 싫어하잖아요. 강우희가 걔 오빠한테 관심이 없더라도 양녀 신분이라 조작 가능성이 너무 높아요. 여민수 씨도 별다른 감정이 없는 것 같아요. 살짝 건드리니 바로 흩어지네요.” 온서진의 한 마디 한 마디에는 깊은 악랄함이 배어 있었고 평소의 이미지와는 완전히 달랐다. 여민수의 머릿속은 이미 하얗게 비어 있었고 온몸은 뻣뻣하게 굳어 있었다. ‘강우희가 강천우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곧 안에서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온서진의 엄마 정미수의 목소리였다. 그 말투에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의기양양함과 승리를 눈앞에 둔 조롱이 담겨 있었다. “서진아, 네가 엄마의 진정한 비법을 제대로 전수받았구나. 하지만 한 가지 실수를 할 뻔했어. 왜 강우희에게 네가 사실 시험관 시술을 할 수 있다는 걸 말해줬어? 어떤 것들은 깊이 파고들면 안 된다는 걸 알아야 해. 그렇지 않으면 그 애가 밝혀내려고 할 때 곤란해지는 건 바로 너야.” “엄마, 내가 감히 그렇게 한 건 자신감이 있어서예요. 강우희는 절대 말하지 않을 거예요. 걔는 항상 강씨 가문에서 받은 은혜를 갚아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강씨 가문에 조금이라도 불리한 일은 절대 못 해요. 여민수 씨가 강씨 가문을 제대로 돌보지 않을까 걱정하는 모습은 거의 성모 같아서 웃기기까지 해요. 하하. 그러니까 강우희가 겪는 모든 고생은 다 스스로 자초한 거예요. 엄마도 모르겠지만 우희는 나를 겨냥하지 못하게 강 씨 늙은이들이 연루되지 않게 일부러 조심하고 있어요. 게다가 여민수 씨가 강우희에게 그렇게 대하는데 사람이면 마음이 떠나는 게 정상이죠. 하지만 설령 우희가 진짜로 말한다 해도 나는 안 무서워요. 지금 여민수 씨가 강우희에게 보이는 태도를 보면 아무도 절대 믿지 않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