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화 또다시 누명을
유연준은 선물을 든 채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의 방은 다른 객실과 달리 훨씬 넓고 화려했다.
권해나는 엿보는 게 좋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석지은과 유연준이 어디까지 가까워졌는지 괜히 궁금해졌다.
하여 창가로 다가가 틈 사이로 안을 들여다봤다.
유연준은 소파에 앉아 겉옷을 벗고 긴 손가락으로 넥타이를 당겨 풀고 있었다.
그 넥타이는 바로 자신이 선물했던 거였다.
역시 예상대로 그에게 너무나 잘 어울렸다.
남자가 단추를 하나 풀자 깊게 패인 쇄골이 드러났다. 그는 시선을 숙여 휴대폰을 보며 통화를 하고 있었고 석지은이 건넨 선물 상자는 책상 위에 그대로 놓여 있었다.
“내일 아침 와서 방 안에 있는 선물 상자, 석지은에게 돌려줘.”
차갑고 담담한 목소리가 권해나의 귀에까지 전해졌다.
권해나는 정성스러운 포장 상자를 힐끗 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역시... 석지은의 짝사랑이었구나.’
통화를 끊은 유연준은 넥타이를 완전히 풀어내고 이어서 셔츠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셔츠가 흘러내리자 구릿빛의 단단한 피부가 드러났다. 다부진 가슴 근육, 그리고 선명한 초콜릿 복근...
‘이 몸매는 반칙 아니야?’
권해나는 무심코 넋을 잃고 바라보다가 정신을 차리고 급히 몸을 돌렸다.
‘안 돼, 안 돼! 이게 뭐 하는 짓이야. 완전히 훔쳐보는 변태 같잖아!’
“아직도 안 들어올 거야?”
곧이어 낮게 울리는 목소리가 날카롭게 귀에 꽂혔다.
권해나는 얼어붙었다. 고개를 돌리니 유연준이 창가 쪽으로 다가오며 비웃듯 시선을 주고 있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태어나서 이렇게 노골적으로 몰래 엿듣다 들킨 건 처음이었다.
권해나는 애써 표정을 가다듬고 미소를 지었다.
“그냥... 우연히 지나가다가 마주친 거예요. 정말 신기하네요.”
유연준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그러게, 정말 이런 우연이 다 있네. 이렇게 인연이 깊은데... 들어와서 차 한잔하지 않을래?”
거절하면 더 수상해 보일 것 같아 권해나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거실로 들어선 권해나는 단단한 원목 소파에 앉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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