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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여우의 실체를 까발리다

“꺄아!” 임하늘의 외마디 비명에 거실에 있던 세 명이 헐레벌떡 밖으로 뛰어나왔다. 제일 먼저 나온 임수찬은 땅에 넘어진 임하늘을 보더니 어떤 상황인지 묻지도 않고 바로 권해나의 뺨을 때려버렸다. 권해나는 잠시 휘청였다가 싸늘하게 식은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이게 지금 무슨 짓이야?” “오빠, 그러지 마!” 임하늘이 울며 외쳤다. “언니가 화를 내는 것도 당연한 거야. 내가... 내가 이제껏 언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잖아. 흡... 내가 잘못한 거야.” 임하늘은 일부러 상처가 더 잘 보이게 팔을 위로 들었다. 상처를 확인한 채진숙은 금세 얼굴을 찌푸리며 권해나를 향해 호통쳤다. “해나야, 이건 아니지. 하늘이는 우리 가족이야. 수찬이만큼이나 소중한 애라고. 너희 둘이 뒤바뀐 건 하늘이와 아무런 관계도 없어. 하늘이 잘못이 아니야! 그런데 대체 왜 이래!” 권해나의 표정이 점점 더 무섭게 굳어갔다. “정말 내가 밀었다고 생각하세요? 쟤가...” “언니, 내가 잘못했어요!” 임하늘이 권해나의 말을 자르며 외쳤다. “엄마, 아빠, 그리고 오빠, 언니한테 뭐라고 하지 마세요. 따지고 보면 다 내가 잘못한 게 맞잖아요. 앞으로는 언니 앞에 나타나지 않을게요...” 그녀의 말에 세 사람은 가슴이 다 미어지는 것 같았다. “네 동생한테 사과해!” 임무원이 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못 하겠다면요?” “우리 가문에 너처럼 독한 애는 필요 없어! 사과를 못 하겠으면 나가! 그리고 두 번 다시 우리 앞에 얼씬도 하지 마!” 임수찬은 이때다 싶어 손으로 대문을 가리키며 나가라고 했다. 권해나는 그들의 닦달에 눈썹을 살짝 끌어올리더니 이내 휴대폰을 꺼내 들고 녹음본 하나를 틀었다. “언니, 평민 굴에서 힘들게 살다가 드디어 집으로 오게 된 거 정말 축하해요. 하지만 원래 사람이라는 게 커온 환경에 따라 습성 같은 게 생기기 마련이잖아요? 앞으로는 행동 하나하나 조심해 줬으면 좋겠어요. 천박해 보이지 않게. 내 말 무슨 뜻인지 알죠?” 조롱과 멸시가 가득 담긴 임하늘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평민을 우습게 아는 것 같은데 그 사람들은 적어도 누구처럼 앞뒤 다르게 굴지는 않아요.” “마음대로 생각해요. 어차피 그쪽이 이 집에서 살게 될 일은 없을 테니까.” 임하늘의 말이 끝난 후 곧바로 비명이 들려왔다. 임씨 부부와 임수찬의 시선이 일제히 임하늘의 얼굴로 향했다. 그녀가 이런 말을 했을 거라고는 차마 믿지 못하는 듯한 눈빛이었다. 임하늘은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얼굴이 다 하얗게 질려버렸다. ‘저 미친년이 대체 언제부터 녹음을 시작하고 있었던 거야? 이래서 근본 없는 것들과는 상종하지 말아야 하는데!’ 채진숙의 눈동자는 그새 실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하늘아, 정말 네가 자작극을 벌인 거야? 네가... 네가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가 있어?” 평소에는 이게 바로 천사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착했던 임하늘이었기에 배신감을 말로 이루 표현할 수 없었다. ‘어떻게 하늘이가 이런 천박한 말을...’ 임하늘은 가족들의 눈빛에 잠시 당황하다 금세 눈물을 흘리며 땅에 털썩 꿇어앉았다. “죄송해요! 잘못했어요. 엄마랑 아빠의 관심이 모두 언니한테 가게 될까 봐 무서웠어요. 흑... 정말 죄송해요. 죄송해요...” 연신 사과하는 그녀의 모습에 제일 먼저 마음이 흔들린 건 임수찬이었다. 임수찬은 얼른 임하늘을 부축하며 일으켜 세웠다. “바보야. 우리가 너를 얼마나 많이 사랑하는지 아직도 모르겠어?” 그는 임하늘을 위로해 준 후 고개를 돌려 임씨 부부를 바라보았다. “엄마랑 아빠도 잘 아시잖아요. 하늘이가 어떤 앤지. 갑자기 친딸이 나타나니까 그냥 겁이 났던 거예요. 엄마랑 아빠의 사랑이 그대로 쟤한테 갈까 봐 두려웠던 거라고요.” 채진숙은 미간을 찌푸린 채 잠시 고민하다가 임하늘이 너무나도 서글프게 울자 결국에는 마음이 약해지고 말았다. 그래서 없었던 일로 해달라고 권해나 쪽을 바라봤는데 권해나가 아무 말도 없이 대문 쪽으로 걸어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채진숙은 순간 당황한 듯 그녀의 등을 향해 외쳤다. “해나야! 어디가!” “가게 내버려둬요. 누가 보면 우리가 아쉬운 입장인 줄 알겠어요.” 임수찬이 차라리 잘됐다는 얼굴로 말했다. “이놈이! 그래도 네 동생이잖아!” “내 동생은 하늘이 하나예요!” 임수찬의 표정은 너무나도 단호했다. 사실 처음에는 그 역시 친동생을 만나는 게 기대가 되었지만 실제로 만나보니 애교도 없고 성질도 팩한 것이 도저히 예뻐할 수가 없었다. 채진숙은 포기한 듯 한숨을 내쉬고는 임무원을 바라보았다. “여보, 이제 어떡하면 좋죠?” “차라리 잘 됐어. 시골에서 억센 것들과 같이 있으니까 성질이 포악해진 것 같은데 이대로 집에 들이면 갈등만 더 커질 거야. 그러니까 성질부터 죽이게 하고 다시 데려와.” 임무원이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말은 말이에요. 나도 아까 애가 말을 툭툭 내뱉는 걸 보는데 영 마음이 그렇더라고요. 나중에 따로 예의와 교양을 가르쳐줄 가정교사를 고용해야겠어요.” 말은 이렇게 했지만 채진숙은 여전히 마음이 편치 않았다. 권해나는 그녀가 직접 10달을 품어 낳은 딸이었으니까. 임하늘은 채진숙의 표정을 힐끔 보더니 다시 천사 같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엄마, 강주은 선생님이 서강시로 오셨어요.” “진짜?” 채진숙이 깜짝 놀라며 물었다. “네, 이따 함께 만나기로 했어요. 엄마도 같이 가요.” “당연히 가야지! 정말 잘 됐다. 강 선생님께 레슨을 받게 되면 이번 금상은 따 놓은 당상이나 마찬가지지. 얼른 준비하고 가자.” ... 대문이 열리고 권해나가 밖으로 걸어 나왔다. 아무도 따라 나오지 않은 것에 그녀는 조금의 실망도 하지 않았다. 예상했던 대로였으니까. 관찰해본 결과, 임씨 가문을 쥐고 흔드는 건 임하늘이었다. 그게 가능할 수 있었던 건 아마 임씨 부부와 임수찬의 절대적인 사랑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집안에 섞여 들어봤자 좋을 게 하나도 없기에 권해나는 과감히 집을 나왔다. 그저 선물을 가지고 나오지 못한 것이 아주 조금 아쉬울 뿐이었다. 아직 배가 덜 찼던 권해나는 차에 오른 후 서강시의 유명 한식당으로 향했다. 그녀는 식당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룸이 있는지부터 물었다. “죄송합니다만 룸은 현재 다 예약이 된 상태입니다. 창가 쪽도 분위기가 좋은데 그쪽으로 안내해 드릴까요?” 권해나가 잠시 망설이던 그때 가게로 누군가가 들어오며 그녀의 등을 툭 쳐버렸다. 권해나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뒤를 돌아보았다. 그런데 예상도 못 했던 인물이 그녀의 시야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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