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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화 거리를 두다

채진숙은 콧방귀를 뀌었다. 권해나가 아무리 잘난 척해도 결국은 피아노 좀 치는 거 하나뿐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룸 안에서. 권해나는 스테이크 접시를 들고 돌아왔다. “내 거야?” 유연준이 힐끗 보며 물었다. “네.” 그는 아무렇지 않게 받아 들고 나이프와 포크를 손에 쥐었다. 동작은 매끄럽고 단정했으며 오랜 습관처럼 자연스럽게 풍기는 기품은 그가 어떤 환경에서 자라왔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반면 권해나는 한 번에 고기를 다 썰어두는 걸 싫어해 한 조각씩 잘라 먹는 쪽을 선호했다. 첫입을 막 삼켰을 때 유연준은 벌써 자기 스테이크를 다 잘라내더니 접시를 권해나의 앞에 놓고는 그녀의 접시를 가져갔다. “내가 대신 잘라줄게.” 권해나는 멍해졌다가 그가 다시 차분하게 칼을 움직이는 모습을 보며 입을 다물고 그의 손길이 닿은 고기를 집어 들었다. 그 장면을 바라보던 주변 임원들의 눈빛은 묘하게 깊어졌다. 유연준이 언제 여자를 이렇게 챙겨준 적이 있었던가. 곧 분위기는 다시 사업 얘기로 돌아갔고 임원들은 이제 권해나를 더 이상 외부인 취급하지 않았다. “요즘은 다들 서쪽 구역만 주목하고 있으니, 이참에 동쪽 구역은 어떻게 나눌지 얘기해 보면 어떻겠습니까?” 순간 권해나는 모든 상황이 이해됐다. 지금까지의 잡담은 단순한 눈속임일 뿐, 진짜 목적은 바로 땅 분할이었다. 토지 매입은 대형 프로젝트만큼이나 중요한 사안이다. 부자들은 무작정 경쟁하지 않고 미리 모여 서로 원하는 부지를 조율하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그건 어느 정도 친분이 있어야 가능한 자리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유연준은 이미 그 내부에 깊숙이 들어와 있었다. 각자 마음에 둔 구역을 밝히자 유연준이 권해나에게 물었다. “넌 어떤 걸 원해?” 뜻밖의 질문이었지만 권해나는 잠시 고민한 끝에 대답했다. “173번 땅이요.” “거긴 경쟁자가 꽤 많아요. 권해나 씨가 원한다면 치열하게 붙을 각오는 해야 할 거예요.” 한 임원이 농담 반 충고 반으로 웃으며 말했다. 그러나 권해나는 주저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준비돼 있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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