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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화 선택

“할머니가 저한테 이렇게까지 잘해주시는데 제가 빠지면 할머니 마음만 상하게 해드리는 거잖아요.” 권해나가 담담하게 말했다. 그러자 임무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쳤다. “그 말이 맞지! 네가 이기면 곧 우리 집이 이기는 거니까. 하하하.” 임무원은 일부러 가볍게 웃어넘기듯 말했지만 권해나는 반응하지 않고 시선을 소파에 앉아 있는 김청자에게로 돌렸다. 그녀는 조용히 김청자 곁에 다가가 앉으며 말했다. “할머니.” 김청자도 부드럽게 웃으며 받아주었다. “해나야, 밖은 덥지 않니?” “조금 더워요.” 두 사람의 다정한 모습은 보는 이들의 속을 미묘하게 뒤틀리게 했다. 임하늘은 이를 악물고 권해나에 대한 미움이 점점 더 깊어졌다. 채진숙 역시 불편했다. 권해나는 자기 딸인데 왜 김청자에게만 저렇게 잘 보이려는 건지. ‘저 싹수없는 계집애, 완전히 기회주의자잖아!’ 그녀는 임무원에게 속삭였다. “봤어요? 쟤 마음속에 우리 가족은 없잖아요!” 임무원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당신이 늘 못되게 굴었는데 해나가 우리 말을 들을 리가 있어? 앞으로 잘해주면 돼. 어쨌든 우리 핏줄이야.” 채진숙은 결국 대꾸도 못 하고 고개만 끄덕였다. 그때 김청자가 방 안을 천천히 둘러보자 다들 즉시 잡념을 거두고 자세를 고쳤다. “다 모였으니 이제 앉자꾸나.” 일가족이 소파에 차례로 앉았고 김청자가 입을 열었다. “오늘 왜 모이라고 했는지 다들 알지?” “알죠, 어머님.” 채진숙이 싱글거리며 말했다. “어차피 한집 식구인데 누가 후계자가 돼도 다 똑같은 거 아니겠어요?” 임씨 가문의 둘째 임정운의 아내 박인화도 곧장 맞장구쳤다. “맞아요. 아이들한테 자기 능력을 증명할 기회를 주시는 건 좋지만 결국은 형님네 아이들 차지가 되지 않겠습니까. 해나도 그렇고 수찬이도 워낙 뛰어나잖아요.” 이때 임하늘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 자기 이름은 언급조차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채진숙이 황급히 거들었다. “그건 아니지, 수지도 엄청 잘해!” 그러자 김청자가 손을 들어 말을 정리했다.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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