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6화 옷장에 숨은 유연준
권해나는 부모님께 지금 진행 중인 상속인 경쟁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했다. 권재호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보아하니 네 할머니는 사리가 분명한 분이시구나. 그렇다면 네가 상속권을 확실히 손에 넣은 뒤에 돌아와.”
“네, 알겠어요.”
권해나는 따뜻하게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경인시에 계시는 동안은 어떠셨어요?”
“별일 없었어. 다만 늘 네 생각이 났지.”
남수희의 눈빛에 딸을 향한 애틋함이 가득했다.
세 사람은 오랜만에 함께 둘러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오붓한 시간을 보냈다.
한편 옷장 안에서 유연준은 좁은 구석에 쪼그려 앉아 숨을 죽이고 있었다. 갑자기 위에서 ‘톡’ 하고 무언가가 얼굴에 떨어졌는데 집어 들어 보니 향기가 은은히 남아 있는 여자 속옷이었다.
순간 귀까지 뜨겁게 달아오른 유연준은 헛기침하고는 그걸 황급히 옆으로 밀어냈다.
‘이 여자 정말...’
거실에서 여전히 웃음소리가 들려왔고 그제야 마음을 가라앉힌 그는 몰래 휴대폰을 꺼내 업무 메일을 정리했다.
잠시 뒤 발소리가 들렸다.
“엄마, 아빠. 여기가 제 방이에요.”
“어머, 왜 이렇게 작니? 네 예전 집 화장실만도 못하잖아.”
남수희는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다.
“미리 얘기하지 그랬니. 내가 당장이라도 별장 하나 사 줄 수 있는데. 우리 딸이 이렇게 불편하게 살고 있을 줄은 몰랐네.”
“전 이 정도면 충분해요. 그리고 유 대표님도...”
권해나는 아차 싶어 급히 말을 고쳤다.
“그냥 여기가 편하고 좋아요.”
권재호가 눈을 가늘게 뜨며 추궁하듯 물었다.
“해나야, 방금 유 대표라고 하지 않았니?”
권해나는 진땀을 흘리며 얼버무렸다.
“아... 유 대표님도 이 근처에 사시거든요. 여기가 환경이 꽤 괜찮대서요.”
“너 그 사람을 만난 적 있어?”
권재호의 표정이 단번에 긴장으로 굳었다.
“혹시 너한테 무슨 짓을 한 건 아니지?”
“아니에요, 아빠.”
권해나는 차마 ‘좋은 분이에요’라는 말을 못 하고 망설였다.
다행히 권재호는 그녀가 대답하기도 전에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럼 됐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