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Open the Webfic App to read more wonderful content

제2화

‘위암 말기?’ 진서인은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이명이 들렸다. 막 자신의 출생 비밀을 알아버리고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서 받은 배신으로 고통에 휩싸여 있었다. 그런데 운명이 또다시 잔혹한 한 방을 날릴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의사는 멍해 있는 진서인을 바라보다가 한숨을 내쉬며 덧붙였다. “발견이 너무 늦었습니다. 이미 많이 전이된 상태라 적극적으로 치료한다고 해도 효과가 썩 좋지는 않을 겁니다.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마음의 준비? 무슨 준비? 죽음을 준비하라는 건가?’ 진서인은 떨리는 목소리로 묻기 두려웠지만 겨우 말을 꺼냈다. “저 이제 얼마나 살 수 있나요?” 의사는 잠시 침묵하다가 잔인한 숫자를 내뱉었다. “길어야... 한 달입니다.” 한 달이라는 의사의 말에 진서인은 갑자기 낮게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웃으면 웃을수록 눈물이 더 거침없이 흘렀다. 죽는 것도 나쁘진 않은 것 같다. 죽으면 이 모든 것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으니까 말이다. 부모님의 악의도, 오빠의 연극도, 육정훈의 거짓도, 진명화의 끊임없는 도발도 더 이상 볼 필요가 없다. 휠체어에만 갇힌 채 남들이 뛰어다니는 모습을 바라보며 살아갈 필요도 없다. “그럼 치료는 안 받는 걸로 할게요.” 진서인은 스스로도 놀랄 만큼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치료를 포기하려고요.” 의사의 만류에도 진서인은 고집스럽게 퇴원 절차를 밟았다. 머리가 복잡한 상태로 다시 집으로 돌아갔지만 그곳은 이제 더 이상 진서인의 집이 아니었다. 현관문을 들어서자마자 거실에는 화목한 가족 분위기로 가득했다. 부모님과 오빠, 그리고 육정훈까지 다들 진명화를 둘러싸고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각종 고급 선물 상자가 잔뜩 펼쳐져 있었다. 진명화는 행복한 얼굴로 반짝이는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든 채 웃고 있었다. “명화가 좋아한다니 다행이네. 앞으로 갖고 싶은 게 있으면 뭐든 엄마한테 말해.” 이정희는 부드럽게 진명화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빠, 엄마, 오빠. 다들 저한테 너무 잘해주세요. 아, 정훈 오빠가 준 이 팔찌도 너무 마음에 들어요!” 진명화는 기쁨에 가득 차 선물을 뜯으며 고개를 들어 육정훈을 향해 수줍게 웃었다. 육정훈은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만 살짝 끄덕였다. 너무 익숙한 장면이다. 아주 오래전 그들은 똑같이 진서인을 이렇게 아껴 주었다. 진서인은 가슴이 찢어지듯 아파 조용히 바뀐 작은 방으로 돌아가려고 휠체어를 움직였다. 그러나 이정희가 진서인을 불러 세웠다. “서인아, 돌아왔어? 명화가 여기 있는 게 안 보여? 지난번에 명화를 그렇게 울려놓고도 위로 한마디 없더니. 역시 피 한 방울 안 섞여서 그런지 참 버릇이 없구나!” 친딸이 아니라는 말에 진서인은 바늘로 심장을 찌르는 듯한 기분이었다. 예전 같았으면 마음 아팠겠지만 이젠 그냥 우스울 뿐이다. 진서인은 이미 모든 진실을 알고 있다! 이 집안의 진짜 친딸은 분명 진서인인데 참으로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엄마, 언니를 탓하지 마세요.” 진명화가 절묘하게 타이밍을 맞춰 부드럽게 나서서 중재했다. “언니가 방금 퇴원해서 기분이 안 좋을 거예요.” 그 말에 부모님은 진명화를 더욱 애틋하게 생각하는 동시에 진서인을 또다시 나무랐다. 진서인은 아무 말도 듣기 싫어 휠체어를 밀어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그러자 진명화가 빠르게 다가와 완벽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언니, 제가 밀어드릴게요.” 거절하려 했지만 진서인은 곧 자신이 거절할 자격조차 없는 처지임을 깨달았다. 작은 방에 도착하자마자 진명화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대신 숨길 필요도 없다는 듯한 도발과 우월감이 드러났다. “기분 나쁘지? 원래 네 것이었던 모든 걸 내가 다 가져가 버렸잖아.” 진명화는 진서인 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속삭였다. “하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야. 부모님도, 오빠도, 지금은 모두 내 편이거든. 그리고 정훈 오빠도 지금은 널 감싸고 있지만 오늘 나한테 선물도 사줬어. 이 팔찌 보여? 곧 정훈 오빠도 내 것이 될 거야.” 예전 같았으면 그런 말에 진서인의 마음은 산산조각 났겠지만 지금은 그저 우스웠다. 이 진명화라는 여자는 진기준이 데려온 단순한 연기자일 뿐이다.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태연하고 당당하게 주인을 흉내 낼 수 있는 걸까? 진서인은 고개를 들고 진명화를 바라보며 허무한 웃음을 지었다. 진명화는 그 웃음에 표정이 굳어지며 화가 치밀어 올랐다. “왜 웃어? 내가 우스워?” “그래.” 진서인은 낮게 대답했다. “너무 우스워.” “우습다고?” 진명화의 눈빛이 날카롭게 식으며 악의가 번졌다. “곧 울게 해줄게. 지난번엔 그냥 물에 빠뜨리는 걸로 끝났지만 난 그걸로는 만족 못 하거든. 이번엔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생각될 거야.” 말이 끝나기 무섭게 진명화는 진서인이 반응할 틈도 없이 주머니에서 날카로운 과도를 꺼냈다. 그러고는 전혀 망설임 없이 자기 배를 향해 과도를 그대로 찔러 넣었다.

© Webfic, All rights reserved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