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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환관가짜 환관
By: Webfic

제7화

이무열이 활시위를 놓자 화살은 슝하고 빠르게 날아갔으며 바람 소리가 들릴 정도로 속도가 매우 빨랐다. 쿵하는 소리와 함께 나무 부스러기가 사방으로 튀었으며 굵은 나무줄기가 화살에 뚫렸다. 평생 이렇게 강력한 화살을 쏜 적 없는 이무열은 깜짝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허삼중도 놀라서 상처의 아픔을 잊은 채 외쳤다. “과연 100근의 힘이옵니다!” 활에 대해 전혀 모르는 강청연도 대단한 위력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이무열은 놀란 얼굴로 나무 앞에 다가가 한참을 바라보다가 호탕하게 웃었다. “하하하, 허 도위. 이번에는 어떻소?” “저하께서는 무력이 강하시니 분명 이번 동렵에서 우승하실 겁니다.” 허삼중은 이때다 싶어 얼른 아부했다. “그래야지. 일등은 본왕이 차지할 것이오!” 이무열은 손에 든 신궁을 보며 다시 자신감이 되살아났고 순간 기분이 좋아져 김신재에게 말했다. “너도 내일 나와 함께 동렵을 떠나자꾸나.” “네, 저하!” “부인, 김 내관에게 은전 백 냥을 하사하오. 청이도 추천한 공이 크니 은전 열 냥을 하사하오.” “명을 받들겠습니다.” 강청연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김신재의 능력을 재평가하게 되었다. 세자가 떠난 후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허삼중은 김신재에게 다가가 감사를 표했다. “김 내관, 목숨을 구해줘서 감사합니다. 이 은혜는 마음속에 깊이 새기고 장차 반드시 보답하겠습니다.” 허삼중 뒤에 있던 백 명의 병사들도 일제히 감사를 표했다. “저희 도위님을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소한 일일 뿐인데 말씀이 지나치십니다.” 김신재는 얼른 괜찮다고 손사래를 쳤다. 강청연은 그런 모습을 눈에 담아두었으며 김신재는 머리가 좋을 뿐만 아니라 인심을 모으는 데도 이무열보다 훨씬 뛰어나다고 생각했다. 저녁에 김신재가 밖에서 쇠를 치고 있는데 은전을 주러 왔던 청이가 그 모습을 보고 존경하는 눈빛을 보내며 물었다. “이건 무엇입니까?” “삽 모양 화살촉입니다. 낮에 만든 복합궁과 함께 사용하면 소 한 마리도 잡을 수 있을 겁니다. 만약 동렵에서 대형 사냥감을 잡는다면 세자 저하께서는 반드시 우승하실 겁니다.” “전에는 이렇게 대단한 사람인 줄 전혀 몰랐습니다.” 청이는 흠모하는 표정으로 말하자 김신재는 웃었다. “저한테 반하신 겁니까?” “김 내관은 환관인데 반할 게 뭐가 있습니까? 설마 제가 평생 과부로 살기라도 하겠습니까?” 청이는 웃으며 대답했다. “여인의 마음을 가지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직접 겪어봐야 알지 않겠습니까?” 청이는 또 자신을 놀리는 김신재의 모습에 눈을 흘기며 욕했다. “정말 천박하십니다! 앞으로 세자빈마마 앞에서는 말을 가려서 해야 할 겁니다.” 하지만 김신재는 자기 말만 해댔다. “집에 돌봐야 할 가족이 많으니 상금은 절반 나눠드리겠습니다.” 작은 돈도 아니고 은전 50냥이면 경성에서 작은 집을 살 수 있는 돈인지라 청이는 잘못 들은 줄 알았다. 그녀는 세자빈의 몸종으로 살면서 매년 5냥 정도 받으면서 일했으며 이번에 10냥을 받은 것만으로도 이미 매우 만족했다. “저한테 50냥을 주시는 겁니까?” “네. 저는 홀몸이라 그렇게 많은 돈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너무 통이 크신 거 아닙니까? 환관들은 돈을 많이 모아두는 게 좋습니다. 앞으로 늙어서 자식도 없고 외톨이로 살아야 하니 노년이 얼마나 불쌍하겠습니까?” 김신재는 은전 50냥을 청이에게 쥐여주며 말했다. “저는 앞으로 왕이나 재상으로 책봉 받고 부인과 첩을 거느리고 살면서 세상에 널리 이름을 날릴 텐데 외톨이라니 무슨 말입니까?” 그 말에 청이는 피식 웃었다. “정말 야망이 크십니다. 그런 날이 온다면 제가 부인이 되어드리겠습니다.” 김신재는 청이를 구석으로 끌고 가서 작은 소리로 물었다.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세자빈마마께서는 잠자리를 함께할 사내를 찾으셨습니까?” 청이는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화를 냈다. “그 일 때문에 목이 날아갈 뻔했는데 어찌 그 일을 또 입 밖에 내시는 겁니까?” “이건 발각되면 9족을 멸하는 중죄라 우리도 예외가 아닙니다. 특히 당신 가족들도 연루될 겁니다. 그러니 미리 준비해야 나중에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세자빈마마를 돕지 않겠습니까?” 김신재의 말대로 세자빈의 몸종인 청이는 일이 생기면 반드시 연루되기에 그녀는 갑자기 너무 불안해졌다. 김신재는 똑똑한 사람이니 이 일에 가담시키면 정말 괜찮은 방법을 생각해 낼지도 모른다. 청이는 묵직한 은전을 품에 안고 곰곰이 생각하더니 비로소 김신재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연제국 대장군 구상철이 줄곧 저희 마마의 미모에 반해 흠모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늙고 못생겨서 마마께서는 원치 않으셨지만 구상철이 역모할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이 기회에 없애버리면 일석이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너무 안타깝군요. 세자빈마마처럼 아름다우신 분이 그런 놈한테 더럽혀져야 한다니!” 김신재는 안타까운 마음에 감탄하자 청이는 웃었다. “김 내관이 안타까울 게 뭐가 있습니까? 세자빈마마께서 싫어하지 않으셔도 김 내관은 이 일을 도울 능력이 없지 않습니까?” 다음 날 아침 식사를 마치고 동궁의 동렵 대열은 저택에서 출발했다. 이무열이 말을 타고 앞장섰고 김신재는 강청연이 탄 마차를 몰았으며 그 뒤로는 우림군 호위무사들이 뒤따랐다. 경성 서쪽 외곽에는 예산행궁이 있는데 매년 동렵은 거기서 열렸으며 왕실 구성원과 대신들도 모두 초청을 받았다. 강청연은 이제 김신재를 매우 중시하고 있으며 어젯밤 목욕할 때도 청이 앞에서 김신재에 대해 미친 듯이 물었다. 그러나 청이가 아는 건 김신재가 허풍을 잘 치고 자신을 잘 농락한다는 것뿐이었다. 강청연은 환관이 왜 여인을 농락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김 내관이 이번에 저하를 도와 동렵에서 우승한다면 저하께 말씀드려 연제로 갈 때 동행하게 하겠다.” “믿어주셔서 감사하옵니다.” 강청연은 점점 그를 심복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그게 아니면 외간 남자와 세자빈이 잠자리를 하는 일에 그를 데리고 갈 리가 없다. 강청연의 첫날밤을 가지고 자식까지 남긴다면 그 연제국 장군도 억울하게 죽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김신재는 그놈이 조금 부러웠다. ... 예산행궁 영가정에는 일찍 도착한 왕자와 공주들이 덕종을 기다리고 있었다. 덕종은 총 21명의 자녀를 두고 있었고 그중 왕자는 14명 공주는 7명이었다. 이무열은 세자로서 당연히 가장 선두에 섰지만 오히려 조금 우울했다. 다른 왕자들은 모두 자녀를 데리고 왔으며 가장 어린 18왕자도 올해 겨우 16살 나이에 결혼한 지 1년도 안 되지만 아들이 있었다. 2왕자 이무필은 4남 2녀를 두고 있고 현재 이무열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그를 지지하는 배후 세력도 만만치 않았다. 지난 2년간 세자 교체 소문으로 인해 예전에 이무열을 지지하던 많은 세력이 2왕자한테 넘어가기 시작했다. “형님, 형수님은요?” “마차를 타고 오느라 좀 늦게 도착할 거다.” 이무필은 비꼬는 말투로 웃으며 말했다. “역시 형님이 부인을 아끼십니다. 형수님께서 3년 동안 아무 소식도 없으신데 첩도 들이지 않으시니.” “둘째 형님, 형수님은 덕헌국 최고의 미인이시니 당연히 소중히 여기시겠지요.” 4왕자가 말했다. “큰형님은 여색에 전혀 흔들리지 않으시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진작 큰 조카를 봤겠지요.” 7왕자의 말에 그 자리의 왕자들은 폭소를 터뜨렸다. 이무열이 첩을 들이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들여도 소용없고 오히려 그의 비밀을 아는 사람만 한 명 늘 뿐이다. 이무열은 만약 이번에 후사를 위한 밀책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앞으로 강청연에게 아이를 열 명 낳게 하여 동생들의 입을 막겠다고 다짐하면서 어두운 표정으로 호통쳤다. “세자빈은 장래 중전이 될 사람인데 어찌 함부로 모욕한단 말이냐?” “형님, 알을 낳지 않는 중전을 본 적 있으십니까?” 이무필은 여전히 비아냥거렸으며 최근 2년 동안 그는 이무열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이무열은 동궁에서 사람을 마음대로 때리겠지만 여기서는 그의 눈치를 보는 사람이 없었다. 대장공주 이무연은 형제자매 중 셋째로 어려서부터 총명하고 영리했으며 시댁도 신분이 높아 덕종의 사랑을 듬뿍 받아 지위가 높았다. “다들 그러고 있을 시간에 내일 사냥이나 준비하거라. 여기서 떠드는 것이 부끄럽지도 않느냐? 아바마마의 행렬이 곧 도착할 텐데 너희들의 이런 모습을 보면 분명 크ㅡ게 노하며 벌할 것이다.” 멀지 않은 곳에서 노란 깃발을 펄럭이며 이무령이 커다란 말을 타고 은빛 갑옷을 입을 채 7척 장총을 손에 들고 3천 우림군 정예 병사를 거느리고 왕궁 차량 행렬을 호송하며 이곳으로 오고 있었다. 덕종의 자식과 손주들은 황급히 무릎을 꿇고 일제히 머리를 조아렸다. “아바마마를 뵙겠습니다!” 표면이 황금빛 용으로 둘러싸이고 여덟 마리의 말이 나란히 달리는 마차가 바로 덕헌국의 왕 이덕원의 마차다. 이덕원을 태운 마차는 멈추지 않고 대내총관 복만에게 왕명을 전하도록 했다. “주상 전하의 명이옵니다. 오늘 밤에는 연회를 열지 말고 일찍 쉬시고 내일 아침 묘시에 산으로 들어가시되 저택의 부하와 하인들은 활을 가지고 갈 수 없사옵니다. 이번 동렵 성적은 덕헌국의 운명과도 긴밀히 연관되어 있으며 부정행위자는 주상 전하를 속인 죄로 처벌될 것이옵니다.” “명 받들겠습니다.” 마차가 행궁으로 들어가자 왕자들은 그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덕헌국의 운명과 연관되어 있다는 말은 그 뜻이 분명했다. 작년 동렵의 우승자인 2왕자 이무필은 의기양양하게 웃으며 말했다. “형님, 내일도 지난해처럼 토끼 몇 마리를 잡아 오시면 동궁 주인이 바뀔 수도 있습니다.” 김신재가 만들어준 복합궁과 삽 모양 화살촉을 가지고 온 이무열은 큰 자신감을 보였다. “두고 보면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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